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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정의가 던진 질문: 한국은 왜 아직 AI 데이터센터 국가전략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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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5.12.07 13:11:20

초지능(ASI) 시대,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에너지가 아니다

[황동현 한성대학교 교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최근 용산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ASI(초지능)시대, 한국의 결정적 약점은 에너지”라고 말한 이후, 국내 산업계에서는 그 의미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인공지능을 돌릴 전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단순한 반응도 등장하고 있다.

황동현 한성대 교수
하지만 손정의 회장의 발언을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가 말한 ‘에너지’는 발전량이나 원전 수와 같은 단순한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한국이 가진 높은 AI 잠재력에 비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155GW 수준의 발전설비를 갖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도 100GW이상 이다. 전력 총량만 놓고 보면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정작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지역과 전력이 풍부한 지역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 입지·계통·전력망의 구조적 병목 때문이다.

손정의가 지적한 ‘에너지 약점’은 바로 이 구조적 문제를 뜻한다. 즉, 발전량이 아니라 전력·입지·데이터센터·네트워크가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되지 않은 구조의 부재가 핵심이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생태계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고착화돼 왔다. 규제·부지·전력망 모두 수도권 기준에 맞춰져 있다 보니, 호남이나 동해안처럼 잉여전력이 넉넉하고 재생에너지 확장성이 풍부한 지역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수도권은 전력이 부족해서 데이터센터를 못 짓고, 지방은 전력이 남아서 버려진다”는 모순이 계속 지적돼 왔다.

이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AS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모델 개발이 아니라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델, GPU, 알고리즘은 시간이 지나면 보완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입지 선정부터 전력망 연계, 환경·보안 기준까지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구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은 기존 데이터센터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전력·냉각·보안·RE100 조건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아직 ‘AI 전용 데이터센터’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GPU 수천~수만 대가 집적되는 AI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가 사실상 민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손정의가 “한국의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AI 기술력, 인재 수준, 산업 기반은 세계적이지만, 정작 이를 떠받칠 AI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질이 글로벌 추세에 크게 뒤처져 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다면, 데이터센터 정책은 기술·전력·부지를 넘어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이 보다 구조적이고 통합적인 전략이다.

첫째, 그래픽처리장치(GPU)·고성능컴퓨팅(HPC)에 최적화된 AI 전용 데이터센터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냉각·보안·열회수·전력 연결 등 AI 특화 인프라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

둘째, 전력이 남는 호남·동해안 등에 지역 AI 클러스터를 조성해 수도권 중심 전략을 탈피해야 한다. 잉여전력·재생에너지·대규모 부지가 결합될 때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살아난다.

셋째, 전력·데이터센터·네트워크를 별개의 산업이 아닌 단일 체계로 다루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전력은 한전, 데이터센터는 민간, 네트워크는 통신사가 각각 운영하면 병목만 심화된다.

넷째, 한전·KT(030200) 중심의 통합 운영 플랫폼 등 한국형 AI 인프라 모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력-네트워크-데이터센터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시스템은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다면, 더 이상 데이터센터를 규제나 민간 투자 영역으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시설이 아니라 국가 산업·안보·디지털 주권을 지탱하는 기반 인프라다. AI 시대의 도로이자 상하수도, 에너지망과 같은 국가 필수 설비다.

손정의 회장의 발언은 한국이 전기를 더 늘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그는 한국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략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었다.

한국이 지금 AI 데이터센터 대전환에 나선다면,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산업 자산은 ASI 시대에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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