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먼저 간다"…금리 인하 신호 보내는 韓·英·캐나다[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4.02.24 16:40:58

''금리 인하'' 소수의견 나오는 韓·英 "美와 달리 경기 둔화"
캐나다도 1월 물가상승률 3% 밑으로 하락, 0%대 성장률
ECB 일부 위원은 "3월에 금리 인하 논의 시작하자"
美 탄탄한 경제에 ''금리 인하''시기 늦어져
호주·뉴질랜드는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재작년은 주요국이 고물가와 싸우기 위해 다같이 결심한 듯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해였다. 작년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통화정책 효과를 지켜보는 해였다면 올해는 성적표를 받아보는 시간이다.

물가는 잡혔을까, 경제는 얼마나 망가졌을까.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은 양호한 경제에 ‘금리 인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캐나다 등은 물가보다는 망가지는 경제를 되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올해 중반께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인하’ 신호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호주, 뉴질랜드는 잡히지 않은 물가에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놓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올해 중반께 내린다”…‘비둘기’ 신호 보내는 韓·英·캐나다

올해 각국에 나타난 금리 성적표는 차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도 각자도생 분위기다. 특히 1월 물가지표가 나온 후 국가별로 통화정책의 메시지들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1년째 동결이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이 석 달 내 ‘조기 금리 인하’ 주장을 폈다. 공식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아니지만 구두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첫 ‘인하’ 가이던스가 나온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4~5월께 금리 인하 신호가 구체화된 후 7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문구를 새로 삽입했다. 1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비 2.8%,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가 2.5%로 내려온 영향이다. 물가는 둔화되는 반면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소비 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1.9%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사진=AFP)
영란은행은 지난 달 31일 정책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다만 9명의 통화정책 위원 중 3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2명은 ‘인상’, 1명은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낸 것이다. 금리 인하 의견을 낸 스와티 딩그라 위원은 “과도한 긴축이 영국 경제를 무서운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작년 4분기 전기비 0.3% 역성장을 하며 작년 3분기(-0.1%)에 이어 2분기 연속 침체를 보였다.

통화정책 회의 이후 이달 14일 발표된 영국의 1월 물가상승률은 4.0%로 예상치(4.2%)를 밑돌았다. 주요국보다는 물가상승률이 높지만 경기 침체에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20일 재무부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물가상승률이 2%로 떨어지기 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월말 통화정책 회의 때보다 ‘비둘기(완화 선호)’적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캐나다 역시 1월 물가상승률이 2.9%로 3% 밑으로 낮아졌다. 캐나다는 내달 6일께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데 ‘비둘기’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캐나다 중앙은행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올해 0.9%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을 정도로 경기 부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지역은 1월 물가상승률이 2.8%로 넉 달 연속 2%대에 머물러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신호를 내는 것을 둘러싸고 이견이 큰 상황이다. 2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요아킴 니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2분기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받게 될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를 향해 간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칼 중앙은행 총재는 “3월에 가장 많은 양의 새로운 데이터가 나온다”며 “일부 데이터는 (2주 뒤에 있을) 3월 회의에서 인하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사진=AFP)


◇ ‘물가’가 안 떨어진다…美·호주·뉴질랜드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안 떨어지고 있다며 ‘매파(긴축 선호)’ 입장을 견지하는 국가들도 상당하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필립 제퍼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23일(현지시간)“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월 물가상승률이 3.1%로 시장 전망치 2.9%를 상회했다. 그 뒤로 연준 인사들의 메시지는 ‘매파’적이다.

3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가 어떻게 변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말에는 연 3회 인하였는데 인하 횟수가 줄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연초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6월로 미뤄졌다.

미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고용시장과 높아진 생산성 등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2%로 상향 조정되면서 물가가 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뉴질랜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상황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달 6월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분기 데이터를 사용하는 호주는 작년 4분기 물가상승률이 4.1%를 기록했다. 20일 공개된 호주의 2월 의사록에 따르면 2025년말까지 물가 목표 범위인 2~3%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성장이 상향조정되는 상황은 아니다. RBA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내렸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5%에서 3.2%로 내렸지만 홍해 선박 공격 등 운송 비용 상승 우려는 여전했다.

28일 통화정책회의를 하는 뉴질랜드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시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TD증권은 28일과 5월에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HSBC는 2025년까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분기 연속 5%에 머물러 있다. 향후 5년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작년 4분기 2%에서 3%로 더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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