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혼여성이던 A씨는 2019년부터 40대 유부남 B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다가 2020년 B씨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출산했다. 아내와 사이에서 자녀가 있던 B씨는 A씨의 출산 이전부터 A씨와의 만남을 멀리하고 있었다. 깊은 배신감에 사로 잡힌 A씨는 B씨 가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는 B씨 집을 찾아가 “문 열라”고 소리지르며 망치를 이용해 현관문을 내리치고 도어록을 박살냈다. 그 이후에는 현관문 앞에 “아내 얼굴만 봐도 싫다며”라는 내용의 메모지 여러 장을 붙여놓고 오기도 했다.
B씨 가족은 A씨를 상대로 주거침입죄와 모욕죄로 형사고소하는 한편, 법원에 접근금지 등 가처분과 함께 위반시 1회당 100만원의 간접강제금 지급 신청도 함께 냈다. 형사사건에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는 B씨 가족에 대한 접근금지도 명령받았다. 다만 법원은 강제이행금 지급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A씨의 폭주는 더 가속화됐다. B씨와 B씨 아내를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초대해 B씨와 성관계 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주차돼 있던 B씨 가족의 고급 승용차에 ‘죽어X’라고 흠집을 내기도 했으면, 수차례에 걸쳐 배달앱을 이용해 거짓으로 B씨 집에 음식을 주문했다. 심지어 배달기사나 충돌한 경찰에게 B씨와의 불륜사실을 큰소리로 떠벌리기도 했다. B씨와 아내가 A씨를 만나 설득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A씨는 이 같은 폭주에도 B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자녀에 대한 겁박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는 B씨에게 B씨의 어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 B씨와의 관계에 대해 폭로하겠다거나, ‘자녀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해 B씨 가족을 공포에 떨게 했다. 결국 정신적 고통을 참다못한 B씨 아내와 자녀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접근금지와 이행강제금 지급을 법원에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김동빈)는 “A씨는 B씨 아내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B씨 가족이 신청한 접근금지 명령과 이행강제금도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A씨는 B씨 아내와 자녀의 반경 100미터 이내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집이나 자녀의 학교를 방문해서도 안 된다. 또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배달음식을 B씨 집에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평온한 생활을 방해해선 안된다”며 위반행위시마다 3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언사는 B씨 배우자 입장에서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자녀에게까지 위해를 가할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을 한 점을 보면 B씨 가족의 인격권과 평온한 사생활을 추구하고 유지할 권리 등을 해치지 않도록 일정한 행위를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