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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2018년식 기준 현대자동차(005380) 팰리세이드 디젤 모델 가격은 3348만~3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최대 318만원 오른 가격이다. 이외에도 2018년식 기준 현대차 코나(88만원)와 싼타페 TM(86만원), 올 뉴 투싼(82만원)의 가격이 올랐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감가상각으로 가격 하락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고차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 최근 2년간 현대차와 기아(000270)에서 신차가 쏟아진 것을 고려하면 중고차의 가격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중고차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달 인기 모델 중심 출고 일정은 △아반떼 18주 △그랜저 5~18주 △투싼 12~40주 △싼타페 18~24주 △팰리세이드 4~8주 등이다. 지금 차량을 계약하면 내년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스포티지 △쏘렌토 △K5 △K8 △카니발 등은 아예 올해 출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도체가 필요한 사양을 빼는 대신 출고시점을 앞당기는 마이너스 옵션도 최근에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중고차 가격 상승은 신차급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 아반떼 1.6 LPi 스마트(1만5768킬로미터(km) 주행)의 가격은 2100만원으로 해당 트림의 신차 가격(2211만원)과 비교해도 1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출고 지연 현상이 가장 극심한 일부 모델은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와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 스포티지 5세대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그래비티 트림(535km 주행)의 가격은 3490만원으로 신차 가격(3511만원)과 20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신차 가격을 추월한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8675km) 매물의 가격은 3890만원으로 같은 옵션을 장착한 신차의 가격(3885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중·대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경차 매물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AJ셀카에 따르면 국산 소형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인 △티볼리 △코나 △니로 럭셔리,△XM3의 지난 9월 판매가격이 전월대비 각 △19% △18% △9% △1%씩 상승했다.
◇車반도체 해외 의존도 98%…MCU 등 동남아 의존도 커
중고차업계에서는 중고차 가격 상승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의 영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내년 2분기까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 역시 올해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770만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차량용 반도체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베트남과 말레이사이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세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 셧다운(폐쇄)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98%가량을 해외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같은 주요 품목의 국내 공급망이 없어 동남아지역에 의존도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아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SUV중심으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길어지면서 그 여파가 중고차시장까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