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손실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경쟁력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임금협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 내부의 갈등이 파업까지 치닫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시각이 나오면서 정부는 물론 경제·사회단체 등에서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명분없는 파업을 중단하라는 비판과 압박이 전방위로 시작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22차례 파업을 진행한데 따른 매출손실은 2조7000억원, 수출 차질은 13억 달러, 1차 협력업체 380개사의 매출 손실은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8일 11년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정부가 조속히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하는 조치를 말한다. 공익사업장이나 대규모 사업장에 적용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대차 파업은 수출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어려운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파업을 중단해 줄것을 요구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현대차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결국엔 힘없는 중소·소상공인과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비판여론에도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임금협상 투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최장기간 파업과 최대의 파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24일 기본급 5만8000원, 개인연금 1만원, 성과일시금 350% + 330만원(상품권 20만원, 주식10주)의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고 이후 계속 파업이라는 강경조치로 사측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 잠정합의안 만으로도 조합원들은 평균 1535만원의 성과금을 받아가게 되는데 이를 부결시킨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다른 업종 근로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1535만원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평균연봉 2938만원(2015년 기준)의 52.2%에 달하는 금액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기본급 8만5000원에 성과일시금 400% + 400만원(상품권 20만원, 주식 20주)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것에 비하면 올해 인상률이 낮긴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8% 줄어든 6조3579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는 전년보다 7%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비교해도 현대차의 임금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1인당 인건비는 9600만원인데 반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7951만원, 7841만원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더 낮다. HPV(차 한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은 현대차가 26.8시간인데 반해 도요타 24.1시간, 폭스바겐 23.4시간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2014년 기준으로 퇴직급여, 복리후생 비용 등 간접인건비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9.9%이고, 직접인건비 비중이 14%가 넘는다. 이는 경쟁력 측면에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는 것으로 심각한 위협 요인이라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현대차는 매출액 대비 직접 인건비 비율이 2000년 7.2%에서 2015년 14.3%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면서 “이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대한 각계 각층의 비판에도 불구, 이날 12시간 파업에 이어 30일에도 추가 파업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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