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천진난만 아빠 미소 "직원을 위해 춤 춥니다"

이현정 기자I 2012.09.17 09:30:00

김종준 하나은행장, 빡빡한 일정 쪼개 직원들과 소통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자신에 차 있다. 그 자신감이 ‘아빠의 미소’다. 지난 7일 집무실에서 이뤄진 본지와 이데일리TV의 인터뷰에서도 그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국민 남편 유준상의 ‘여기저기 댄스’ 아시죠? 오른손엔 왼발, 왼손엔 오른발이 나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춤은 아무나 추는 게 아닌가 봅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춤을 췄다. 최근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 영상 메시지에서 최신 유행 춤을 즉석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여기저기 댄스’는 하나은행 광고모델인 배우 유준상이 최근 TV 광고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는 춤. 김 행장의 행보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선 보기 드물게 파격적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김 행장은 본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춤 추는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며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였다.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그 모습 하나만으로 행복해하는 ‘아빠 미소’를 인터뷰 내내 잃지 않았다.

“하루 일정이 30분 간격으로 잡혀 있습니다. 가끔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엔 직원들과 ‘번개’ 모임을 하고, 무교동 뒷골목에서 백반을 먹으며 젊은 아이디어를 듣기도 하죠.”

김 행장의 이런 모습은 처음은 아니다. 올 3월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이래 6개월간 꾸준히 따뜻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TV 토크쇼 형태로 진행된 ‘하나 토크 콘서트’에선 평소 차·과장들 앞에서 직접 애창곡을 불렀는가 하면, 은행장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은 지방의 직원들과는 갈맷길 걷기, 자연재해 복구활동, 전통시장 방문 등을 함께 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남의 장을 가졌다.

그런데도 김 행장은 아쉽단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마음에 걸립니다.”

김 행장은 30년 넘게 ‘하나 맨’으로 일했다. “스스로 판단해 할 일을 찾고 직접 회사를 키우고 발전시키겠다는 정신이 지금의 하나은행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주인 정신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의 ‘아빠 미소’는 이 깊고 깊은 자랑스러움의 표상이다.

큰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무언가 특별한 ‘리더십’을 찾을 것 같지만 김 행장은 다르다. “일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생각이 달라 그르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직원들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소통’에 힘을 쏟는 것이 최고의 리더십이라고 믿습니다.”

가장 단순하고 기본이 되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는 김 행장. 그의 철학은 은행 영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상반기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지만, 취임 때부터 강조한 저원가성 예금을 통한 고객기반 확대 측면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은행은 고객에게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많아지고 저원가성 예금 비율도 늘어납니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거두긴 어렵지만, 그동안 하나은행이 부족했던 것을 메워갈 수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나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수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반고객 수가 가장 적다. 건당 거래금액은 적더라도 복합적인 금융거래에 따른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안정적인데, 이런 부문이 아쉬운 대목이다.

“급여나 아파트관리비 이체에 유리한 상품, 젊은 고객들을 위한 스마트폰 금융과 은퇴·노후 설계 서비스 등 고객 맞춤형 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건 하나은행의 전통적인 강점인 ‘프라이빗 뱅킹(PB)’과 밀접한 관계가 있죠. 경기가 워낙 안 좋아 걱정이지만, 고객 중심의 영업을 이어간다면 순익 측면에서도 확실히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김 행장의 PB 강화 지론은 이어졌다. “전문성을 갖춘 PB센터와 PB 전문가를 늘리고, 우수한 PB에겐 직급이 올라가더라도 지점장이나 타 부문으로 떠나지 않고 PB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우할 겁니다.” PB를 은행의 고유한 하나의 직군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서민금융 문제에서도 그는 ‘금융회사의 공적 의무’라는 말로 강한 의욕을 보였다. “가계가 어려우면 누가 은행에 와서 예금합니까. 주택담보대출은 장기분할상환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고, 대출심사에서도 담보보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우선하는 등 여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도 늘려나가겠습니다. 은행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가계를 도와야 고객들도 은행을 믿고 찾게 됩니다. ‘신뢰’는 이렇게 회복되는 겁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아빠 미소’는 자신감이다. 고객과 직원을 믿고 아끼고, 사랑하면서 몸에 밴 사랑이다.



→ 김종준 행장은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영업지점장, 가계금융부장, 영업부장, 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실무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이다. 2005년 기업금융그룹과 가계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내고 2009년부터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올 3월부터 하나은행장직을 맡고 있다.



안내문 : 김종준 하나은행장 인터뷰는 17일 12시 이데일리TV의 초대석 코너를 통해서도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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