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ETF 개인투자자 규제...불똥은 외국인에게
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위 5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전일 대비 74.3% 급감한 가운데, 기본예탁금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의 거래대금 비중이 38% 수준에서 27~32%로 이례적인 축소 흐름을 보였다.
7월 한달 약 43%의 비중을 차지하던 외국인의 거래대금 비중이 급감하면서, 규제가 겨냥했던 ‘개인일반투자자’의 수요 위축 불똥이 외국인에게 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개인의 투기적 매매가 줄면서 외국인의 단기 회전거래의 차익매수 수요를 위축시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은 단기 회전거래를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주요 수급 주체 역할을 해왔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일평균 5조1000억원을 거래하며 전체 거래의 43%를 차지했다. 그러나 순매수 규모는 개인 대비 10% 수준에 그쳤다. 방향성 베팅보다는 단기 회전거래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31일 나타난 거래 패턴만으로도 레버리지ETF 규제의 실효성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들이 시장에서 빠지면 초단타 알고리즘 매매의 가격 왜곡 기회와 유동성이 함께 줄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도 ‘먹거리’가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주시하는 외국인 HFT...프로그램으로 대거이동?
외국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 급감은 비합리적 호가를 제시하던 개인의 투기적 수요가 위축되면 차익거래 기회 자체가 줄어든 여파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고빈도매매 세력은 초단기 매매 기법을 통해 자체 산출한 준거가격 대비 낮은 가격에 매수하고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통해 일반 시장조성자(LP)보다 빠른 초단타매매에서 수익 기회를 포착해왔다. 개인과 LP의 유동성 위축과 직결되는 구조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HFT는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지난 3월 게재된 논문 ‘고빈도거래자는 ETF 유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가’에 따르면 ‘고속 알고리즘 계좌 등록제도’에 등록된 HFT 계좌는 2490개로 2014년 이후 거래가 급증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전체 거래 비중의 55%를 차지했다. 이 중 외국인 비중은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대표적 외국인 HFT로는 시타델, 르네상스테크놀로지, 점프트레이딩, 타워리서치, 바클레이즈, 허드슨리버, 엑스티엑스 등이 꼽힌다. 시타델은 2023년 국내에서 허수성 호가가 적발돼 HFT로는 처음으로 11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HFT를 이용한 거래는 이미 2010년대 중반 미국 거래소에서 주식거래량의 55%, 유럽 주식시장에서 주문의 58~76%를 차지했다.
개인 레버리지 수요가 규제로 줄어든 자리는 외국인의 알고리즘·바스켓 매매 수요가 채워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외국인은 AI발 변동성 장세에서도 한국 시장을 여전히 매력적인 타깃으로 보고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의 이례적인 거래 확대가 포착되며 5조1000억원대의 비차익거래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외국인 거래가 90%를 차지하는 비차익 거래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277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대매매와 신용융자(빚투), 레버리지 상품 쏠림이 어느 정도 청산됐다지만, 변동성을 키울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레버리지ETF·프로그램 매매·알고리즘 매매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레버리지 ETF의 외국인의 초단타 매매 문제도 최근 부상하면서 금융당국도 시장 모니터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ETF 여전한 삼전닉스 高비중 ‘경계’
향후 패시브 자금발 기계적 매도가 나올 수 있는 곳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편입한 해외 ETF가 지목된다. 해외 패시브 자금 쪽에서는 여전히 편입비 조정에 따른 기계적 매도 리스크가 상당한 규모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두 종목을 가장 많이 편입한 해외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EM),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DM) 등을 추종하는 브로드마켓 패시브 상품이다. 이들은 총운용자산(AUM) 규모가 큰 탓에 편입액 자체가 MSCI 한국지수 ETF(EWY)보다도 크다.
두 종목 편입액이 가장 많은 ETF는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국 ETF’로, AUM 1463억달러 규모에 미국 상장 ETF 중 13위이자 신흥국 ETF 중 최대 규모다. 편입비는 TSMC 12.8%, 삼성전자 6.8%, SK하이닉스 5.1% 순으로, 두 종목 합산 편입액은 24조6000억원에 달한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량적 운용이 가능한 액티브 상품이나 단일종목 편입비에 한도가 있는 ETF보다는, 비중 조절이 필요한 MSCI 신흥국 ETF 같은 패시브 ETF에서 기계적 매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경우 지수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비중이 44% 수준까지 올라, 최근 ‘25·50 룰’(개별 종목 25% 상한, 5% 이상 종목 합산 50% 상한) 위반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편입비가 높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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