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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도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민간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고 토지·건물 사용권 기반의 공급 확대와 융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영과 서비스의 기준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건물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실제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가운데는 식당조차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돌봄을 하드웨어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필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망’이다. 돌봄의 중심을 집으로 되돌린다면 세 가지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첫째는 최소 돌봄 기준의 법제화다. 식사 지원, 응급 호출, 일상생활 지원 같은 기본적 돌봄은 입주자의 권리이며 시설에 거주하든 집에 머무르든 동일하게 보장해야 한다.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경우에도 공공 서비스와 연계해 이러한 기본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동네 기반의 연계망 구축이다. 보건소 방문간호, 지역 커뮤니티 키친, 생활지원 서비스가 동네 단위에서 조직될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돌봄이 가능해진다. 위기 상황에서 즉시 연결되는 이웃·보건·사회복지 시스템은 노인에게 안정감을 준다. 일본에서는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을 통해 동네 의원, 복지사, 주민조직이 함께 어르신의 생활을 지탱한다. 우리도 읍면동 단위에서 의료·돌봄·생활지원이 연결되는 한국형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기술의 공공 연계다.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응급 호출기, 생활 패턴 모니터링 서비스는 이미 민간 시장에서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서비스로만 머물러서는 취약계층에게 닿지 않는다. 이런 기술은 공공 응급체계와 연동해 ‘센서 감지→콜센터→지역 보건소→응급 출동’으로 이어지는 표준화한 흐름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독거노인 안전 확인 서비스와 같은 제도를 IoT 기반으로 고도화하면 돌봄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운영비 부담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반론은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 설계로 풀어야 할 문제다. 공공 재정의 부분 지원, 소득 수준에 따른 형평성 있는 분담 장치, 입주자 대표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제도화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적 돌봄은 누구에게나 보장하되 그 이상의 맞춤형 서비스나 상위 수준의 생활을 원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합리적 범위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도 고려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벽은 시설 중심으로 고착화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관성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시설 중심 돌봄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과 사회적 합의, 그리고 철학적 인식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돌봄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다. 삶을 짓는 일이다. 아무리 화려한 실버타운이라도 운영과 서비스가 부실하다면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이제는 집이 곧 돌봄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네가 함께 지탱하고, 기술이 뒷받침하며, 공공이 책임지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집이 돌봄이 되는 사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기반이며, 존엄한 노후를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