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에 이어 2일 또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
고도억제 비행, 궤도조종, 목표 명중성 등 검증
유엔 제재 회피용 유도미사일급 방사포 개발한듯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7월 31일에 이어 지난 2일 또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을 기반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외형은 방사포지만, 실제 성능은 탄도미사일급에 준하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방송은 3일 “김정은 동지께서 8월 2일 새벽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시험사격을 또다시 지도하셨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력진지에 나가시어 포차의 전투전개시간을 측정하시며 대구경조종방사포체계의 운영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하시고 감시소에서 시험사격을 지도하시었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 북한이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다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하며 공개한 사진이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김 위원장의 시험사격 지도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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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 오전 북한이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단거리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거리 발사체의 고도는 약 25㎞, 추정 비행거리는 220여㎞,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였다. 합참은 이들 발사체의 탄도미사일 여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발사체와 유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미 당국은 이번 발사체의 제원을 분석한 결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어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발사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세부 제원 등에 대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 대변인은 “한미 관계당국은 이번 발사체는 지난달 31일 발사한 것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에도 우리 군 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평가되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이를 규정한바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정점고도에서 하강한 후 수평으로 비행하다 다시 상승한다. 하강 단계서에서 다시 상승 비행하는 이른바 ‘풀업(Pull-up) 기동이다. 이는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는 일반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다른 것이다. 북한은 올해 5월 4일과 9일에 이어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했다.
|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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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31일의 발사체와 지난 2일 발사체를 모두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주장대로 이들 발사체가 새로운 방사포가 맞다면, 포탄이 변칙 기동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이날 조선중앙방송은 고도억제 수평비행성능과 궤도변칙 능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북한 300㎜ 방사포는 최대고도가 40∼50㎞인데 이번 발사체는 고도가 25㎞에 그쳤다. 어느 정도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의미다. 이 정도의 고도는 우리 군 방공망으로 요격하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시험사격에서 목표 명중성과 전투부 폭발 위력이 만족스럽게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방사포에 정밀 유도기능을 추가하고 탄도미사일급으로 탄두 무게를 늘렸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를 기록해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속도를 과시했다. ’유도미사일급 방사포‘라는 얘기다.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에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방사포는 탄도미사일과 비교해 파괴력이 적어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새로운 방사포를 개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