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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4000달러와 3500달러선을 차례로 깨고 내려가 지난해 9월말 이후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 상승한 460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43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저가 매수 덕에 반등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3% 정도 올라 401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더리움도 1% 정도 반등하고 리플과 비트코인캐시, 에이다, 스텔라루멘 등이 하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주말 한때 3456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역사상 최고치인 1만9666달러에 비해서는 82%나 추락한 것으로, 이에 따라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280억달러로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주일 전 1820억달러에 비해 540억달러(원화 약 61조1600억원)나 급감한 것.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은 36%나 급락하며 지난 2013년 4월 이후 5년 8개월만에 최악의 한 달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한 달새 44.8%나 폭락한 바 있다.
일단 지난 2015년과 2016년 저점을 연결한 200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3760달러가 다음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이 선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장기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던 4000달러 붕괴가 추가적인 손절매 트리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명 트레이더 겸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피터 브랜트는 “특히 51억달러로 낮은 거래대금에서 가격은 3.5%나 추락하고 있다”며 “신규 시장 참가자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공포감에 사로 잡혀 매물을 내놓는 반면 큰손들은 싼 값에 이를 사담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스 크루거 트레이더도 “지금으로서는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 바닥이 어디인지 말하기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줄어든 시장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매수여력 감소 등이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낙관론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인 갤럭시디지털 캐피털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강세론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부터는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며 암호화폐시장이 내년에는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한편 미국 오하이오주(州)가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받는 미국내 최초의 주정부가 될 전망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하이주가 기업들로부터의 법인세 징수에 비트코인을 적용한 뒤 서서히 개인들에게도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법인세를 납부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번주부터 등록 가능하며 암호화폐 지급결제 서비스인 비트페이(Bitpay)를 이용해 납부가 이뤄진다.
이같은 제도는 조시 맨델 오하이오주 재무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그는 “비트코인은 합법적이고 적법한 화폐의 한 형태”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조치가 미국 전역에 암호화폐를 채택하도록 하는데 의미있는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맨델 재무장관은 내년 1월말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지만 “내 임기 이후에도 이같은 정책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특히 주의회나 주지사의 별도 승인 없이도 시행 가능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초부터 몇몇 미국내 주정부들이 암호화폐를 통한 세금 납부 제도를 준비해왔지만 주의회 등의 반대나 유예조치로 인해 실제 시행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올 5월에는 애리조나주에서 암호화폐를 통한 세금 납부 법안을 하원이 통과시켰지만 상원 반발 등으로 여전히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월에도 조지아주에서 주정부가 이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