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커스터마이징) 사업요? 키워보라는 지시는 위에서 계속 떨어지는데 구체적인 내용이나 지원이 없어서 뭘 해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현대자동차 튜닝 협력사 관계자)
현대차(005380)가 자동차 튜닝 산업 딜레마에 빠졌다. 작정하고 키워보자니 각종 부담이 따르고 안 하자니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는 듯 마는 듯 일만 벌려놓은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사업도 자연스레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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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000270)가 이보다 앞서 2008년 선보인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온(Tuon)’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튜온 홈페이지는 장착점 안내도 없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현대차의 튜닝 산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과 영세기업이 많은 튜닝업계의 집단 반발을 살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앞선 2000년대 초에도 가맹점 모집, 사내 벤처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튜닝 산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 2013년에도 현대차는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해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으나 튜닝업계의 반발로 연 200대 미만으로 생산을 제한해야 했다. 관련 중소기업 업종 규제가 풀린 올 5월 들어서야 쏠라티 캠핑카(1억990만원)를 정식 출시했다.
지금도 현대차의 튜닝 시장 진출을 놓고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튜닝 시장에 진출하면 전체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영세 튜닝업체가 고사할 수 있으리란 우려도 크다.
튜닝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진출이) 정부의 규제 완화 가속화나 시장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영향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직접적인 진출은 시장 독식으로 영세기업은 하청화하는 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역할은 모터스포츠 활성화처럼 자동차·튜닝 산업의 뿌리가 되는 저변 확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대차가 그럼에도 아예 손을 놓을 순 없다. 앞으로의 필요성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고성능 브랜드 ‘N’을 선보이고 내년 중 첫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N 자체가 튜닝 개념의 하위 브랜드인만큼 다양한 튜닝 옵션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세계 고성능차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에 AMG나 브라부스처럼 하위 튜닝 브랜드가 있듯 고성능차에는 하위 브랜드가 사실상 필수다. BMW에도 M과 함께 슈나이저가 있고, 포르쉐-테크아크, 재규어·랜드로버-스타테크, 마세라티.람보르기니-노비테크 로쏘 등이 짝지어 있다.
현대차도 이미 2014년 시즌부터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 참가하는 등 해외에서는 고성능차와 튜닝 사업 확대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터스포츠와 국내 튜닝시장 발전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자동차 선도기업으로서 고객 개개인의 개성과 감성을 담은 자동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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