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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초부터 완연한 오름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간밤에 또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은 5.4%나 급등하면서 배럴당 40달러를 단숨에 회복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40달러 위로 올라선 건 지난해 12월 이후 근 석 달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가격도 5.5% 상승하며 38달러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유가 반등세는 그동안 가격 하락을 야기했던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내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非) OPEC 최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 등 4개국이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남미 산유국들도 이에 동조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7일(현지시간) 길라우메 롱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오는 11일에 베네수엘라, 멕시코, 콜롬비아 등과 함께 회동을 갖고 산유량 동결 또는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처럼 전세계 산유국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올 하반기쯤으로 전망했던 원유 수급 균형 회복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분기 현재 하루 200만배럴에 이르는 원유 공급 과잉규모가 2분기에 130만배럴로 줄어든 뒤 3분기와 4분기에는 50만배럴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유가가 이미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탔다고 해도 성급한 전망이 아닐 듯하다. 이는 최근 브렌트유 현물과 선물가격 동향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브렌트유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물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현-선물가격간 차이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현물가격이 선물을 앞서는 백워데이션(backwadation) 상황이 발생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원유 선물시장에서는 현물가격이 선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이 정상적 상황이다.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필요한 시점에 물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낮은 상품인지라 창고료나 보험료 등 보관비용보다 당장 현물을 사서 보유하는 이익(편의수익·convenience yield)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통화완화 정책 덕에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원유 선물시장은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선물가격이 더 높은 콘탱고(contango)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보니 값이 싼 원유 현물을 사서 저장시설에 보유하면서 선물을 매도해 헤지하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이제 이런 상황이 뒤바뀌면서 이 포지션이 청산되고 있다. 저장해둔 현물을 팔고 선물 매도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향후 원유 (선물)가격이 더 뛸 여지가 크다. 여기에 투기적 매도(숏)세력이 가세해 유가 상승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실제 유가 반등세가 이어지자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 매도세력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WTI 선물의 투기적 숏(매도) 포지션은 지난 1일 15만718계약으로, 1주일새 15%나 급감했다.
유가가 의미있는 반등세를 지속한다면 주식시장에도 힘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신흥국 위기, 중국내 금융경색 우려, 유로존의 은행 위험 등 그동안 시장을 억눌러왔던 악재들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던 근본적 악재가 바로 유가 하락이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