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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렵게 천문대에 도착하자마자 허탈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천문대에서 오늘 밤에는 날씨가 흐려 별 관측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천문관측 가능일수는 비나 구름 등 기상상황 때문에 일년에 120~180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일년에 최대 350일을 관측할 수 있어 세계에서 천문관측의 최상지로는 꼽히는 칠레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천문연은 이에 안정적인 관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칠레나 호주, 미국 중서부 등 해외로 적극 나가고 있다. 성언창 소백산천문대장은 “소백산에 직경이 더 큰 망원경을 들여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들 역시 이날은 61cm 망원경 시설의 천장 돔을 열지 않은 채 흐린 날씨 때문에 당일 관측을 잠정 중단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후 9시부터 내부 건물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자 바깥 하늘에 하나둘씩 흰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남서쪽에서 목성이 보였으며 이어 남동쪽에서는 화성이 보였다. 곧이어 7개의 별들로 구성된 북두칠성과 함께 정북쪽에서 북극성이 보였다. 목동 자리와 처녀자리 등 익숙한 별자리들도 눈에 띄였다. 몇 시간 전 새까맣던 캔버스에는 어느새 빛나는 별들이 촘촘이 박혔다.
직경 15cm의 망원경 두 대를 바로 천문대 공터에 설치하고 관측에 들어갔다. 육안으로도 밝은 목성은 망원경을 통해 보자 붉은색과 녹색 등 빛의 밝기가 더욱 강했다. 목성의 고리 2개가 마치 실선처럼 보였으며 미세한 점으로 표현되는 목성의 4개 위성도 관측됐다. 화성의 경우 특유의 불그스레한 빛을 확연히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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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첫발을 내딘 달의 거리는 지구에서 약 38만km이다. 빛으로 1.5초면 갈 수 있다.
밤 늦게까지 관측을 하고나서 오전 8시쯤되자 천문대는 짙은 안개와 강풍에 휩싸였다. 해발 1390m 고지인데다 강풍까지 몰아치자 기온까지 영하에 가깝게 뚝 떨어졌다. 소백산천문대에서의 별 관측은 그렇게 끝났다.
36살의 ‘백전노장’ 소백산천문대는 지금은 주로 천문학 교수 및 전공자를 위한 연구용으로 활용된다. 틈틈이 중·고교생을 위한 ‘별 보기’ 체험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그렇지만 현역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매년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과학논문을 5~6편씩 배출한다. 지난 2009년 두 개의 태양을 가진 ‘쌍성 행성계’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곳도 이곳이었다.
한국엔 현재 천문학 과정이 학부 7곳, 대학원 9곳에 개설됐지만 박사학위까지 받는 전문가는 일 년에 10명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노벨 물리학상의 상당 부분이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나온다”며 천문학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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