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작가 3인 ''그래픽 노블'' 전
이동기, 쑨쒼, 에노모토 고이치
2월20일까지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
| 이동기 ‘백스테이지’(사진=아라리오갤러리) |
|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한·중·일의 스토리만화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는 오는 2월 20일까지 한·중·일 작가 3인전 ‘그래픽 노블’을 연다.
다소 이름이 낯선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라고 보면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만화를 통칭하는 말인데 소설처럼 스토리라인이 풍성한 만화를 뜻한다. 1950년대 냉전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히 팽창하던 시기에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새로운 양식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 노블 작가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 ‘왓치맨’ 등은 할리우드에서 잇따라 영화화되기도 했다. 영화 ‘설국열차’도 프랑스의 유명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이동기(47), 중국의 쑨쉰(34), 일본의 에노모토 고이치(37)가 각국의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모두 약 30점이다.
이동기는 미국의 미키마우스와 일본의 아톰을 합성해서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만든 작가다. 아토마우스를 회화적 화풍으로 그려 대중에게 친근하게 보여주거나, 색과 선 등의 추상회화 언어들을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소통과 융합이 어려운 우리사회의 일면을 묘사했다. 최근에는 TV 드라마 속 이미지를 빌려 만화적으로 묘사하는 회화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드라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한류열풍을 일으켰으나 상투적 화면 속에서 배우들의 모습이 반복된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쑨쉰 ‘혁명에서 아직 정의되지 않은 행동’(사진=아라리오갤러리) |
|
쑨쉰은 1~2세대 중국작가들이 보여줬던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성향에서 벗어나 중국인의 일상을 다각도로 구현해나가는 작가다. 중국예술아카데미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목판화로 생산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는 세계사·중국 정치·자연과 질서 등 다양하다. 익명의 대중이 등장해 상상력에 바탕을 둔 연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거칠고 투박한 흑백톤으로 인해 마치 디스토피아의 서곡을 보는 듯하다. 실제와 허구, 삭제와 망각을 뒤섞어 시스템에 의해 학습된 개인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에노모토 고이치 ‘기사, 죽음, 악마’(사진=아라리오갤러리) |
|
에노모토 고이치는 그동안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어린 소녀의 모습을 주로 그려왔다. 관람자를 응시하며 미소 짓는 소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구세주 같은 비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미국 만화의 영향을 받은 작업들을 선보인다. 기존의 정리된 세계가 사라지고 혼돈으로 바뀐다. 작가가 묘사하는 오늘은 폭력과 잔인함, 부조리가 만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만화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를 더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죄악과 유머라는 두 개의 요소를 병치시켜 아이러니한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회화뿐만 아니라 비디오·조각 등의 범위를 넘나든다.
이번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가 서울 청담동 전시관에서 여는 마지막이다. 02-541-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