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묻지마 범죄’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이선미 기자I 2012.08.23 10:11:23
[이데일리 이선미 PD]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

도쿄 아키하바라 거리 한 복판에 트럭 한 대가 돌진한다. 트럭은 행인들 몇 명을 치고 멈췄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키하바라 거리에 악몽이 시작됐다. 서바이벌 나이프를 손에 쥐고 트럭에서 내린 남자는 교통사고를 수습하러 온 경찰관을 찌르는 것을 시작으로 인근에 있던 시민들에게 무차별 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거리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고 남자는 도로와 인도를 활보하며 칼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7명이 사망했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일면식도 없었던 단지 지나가던 행인이다. 2008년 6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일어난 토오리마(신조어. 거리의 악마) 사건이다.

-2012년 대한민국

어제 밤 22일 여의도 퇴근길에 칼부림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 김모(30)씨는 사내에서 자신에 대한 험담이 돌기 시작하자 스트레스를 못 견뎌 자진 퇴사 한 후 다른 업체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다가 다시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살을 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을 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피의자는 말은 일본의 아키하바라에서 7명을 죽인 살인자가 체포 직후 얘기한 “세상 모든 것이 싫어졌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라는 말과 섬뜩하게 닮아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의 칼이 불특정 대상에게 휘둘렀던 것이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 이날 사건으로 4명이 다쳤으며 그 중 1명은 장기에 손상을 입어 중태 중이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사회문제시 되었던 ‘묻지마 범죄’가 최근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8일 의정부역에서의 무차별 칼부림 사건, 19일 여성을 상대로 한 인천의 묻지마 폭행 사건, 21일 수원 흉기난동 살해 사건 등 원한관계가 아닌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한 자포자기형 분노 범죄가 일주일 사이에 6건이나 발생했다. 이를 단지 개인의 성품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사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의정부역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는 범행 당일 일을 구하러 서울을 올라가던 중이었고 수윈시 살인 범인도 범행을 벌인 날 폭우로 일을 구하지 못한 화를 풀러 혼자 술을 마시다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런 ‘묻지마 범죄’는 정확히 사회적 불평등과 궤를 같이 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그들의 불만을 어디론가 풀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행복지수‘라는 척도로 환산된 우리나라 국민의 총체적 삶의 질 수준이 OECD 국가들 중 꼴지에 이른다. 특히 소득분배의 공평성을 반영하는 요소들에서 점수가 크게 낮았다.

사건 1시간 후 현장. 선명한 핏자국이 거리 곳곳에 남아있다.
23일 오후 1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사경제 why>에서 22일 저녁에 있었던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자세한 현장 영상과 함께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원인과 진단을 내려본다.

시사경제why 방송시간.

본방송 목요일 오후1시

재방송 목요일 오후6시 / 토요일 오전 10시30분, 밤 10시 / 일요일 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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