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임기가 끝나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사실상 고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소회와 함께 사퇴를 앞둔 심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담담히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립 멤버로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15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나금융의 `살아있는 역사`다.
김 회장은 "잘 아는 것이라곤 금융 밖에 없는데 원만하게 금융인생을 마치게 됐다"며 "영원한 `하나인`으로 남아 앞으로도 하나금융이 원하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퇴임 후 하나금융의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해선 "특정분야에 대한 자문이나 조언은 가능하겠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다"면서 "차기 사장과 행장도 새로운 회장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김정태 내정자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14개월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외환은행 인수협상에 얽힌 뒷얘기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 3월 협상기간을 6개월 연장했을 때 (론스타가) 대규모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협상이 깨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론스타가 중국 등과 접촉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위기의식도 느꼈다"면서 급박했던 순간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너지를 고려할 때 다시 기회가 와도 외환은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해 외환은행 인수가 47년 금융인생에 있어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될 경우 신한금융 추월은 시간문제라면서 자신감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우선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무난히 이뤄질 경우 "기존에 순이익 1위인 신한금융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금융지주회사 1위 탈환을 자신했다.
외환은행과의 조속한 통합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IT와 카드부문은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은 단기적인 시너지 창출 방안으로 카드가맹점 공동 사용, 외환은행 인수 기념 특판 정기예금 출시, 하나HSBC생명과의 업무제휴를 통한 외환은행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임금격차에 대해선 성과급 체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외환은행은 책임자 이상의 비율이 높아 인건비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두 은행간 임금차이는 거의 없다"며 "성과에 따른 특별보너스만 제대로 지급돼도 임금격차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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