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삼성의 이재용 체제 출범을 놓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삼성가(家)가 `자식과 마누라를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전 회장의 유명한 격언을 몸소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영업조직과 경영전략 등 다른 모든 것에서는 혁신을 가하더라도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권좌가 승계되는 지배구조는 그 앞세대(이병철 회장→이건희 회장)와 마찬가지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FT는 "이건희 전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재용 부사장을 젊은 시절부터 삼성 경영진과의 골프에 대동했다"면서 "그래서 이 부사장은 그들의 경영 비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FT는 렉스칼럼을 통해서도 "(삼성이) 황망스럽게 서두르는 모습"이라면서 "이건희 전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겨우 20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의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기업지배구조를 감시하는 단체들에게 다시 입에 거품을 물게 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 재벌가의 다른 2~3세들과 달리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가운데 한명이라고도 평했다.
실제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경제위기를 잘 견디면서 3분기 사상최대 순익을 기록하는 한편,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 평균을 웃도는 양호함을 보여줬다.
FT는 이같은 측면에서 주주들은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단행된 조직 개편이 상당폭이 되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른다면서 실제로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FT는 오히려 전날 삼성의 주가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은 삼성그룹과 삼성가(家)에 정말로 중요한 결정이 남아있다는 투자자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남은 것은 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라면서 "공식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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