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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워치)환율정책서 `왕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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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구 기자I 2004.07.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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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 강종구기자] "정부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 15일 정부가 통안채 대신 환시채를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하자 한국은행이 보인 반응이다. 강도높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하락을 방어하는 것에 한은이 자꾸 딴지를 걸자 "우리 혼자 할테니 너네는 신경 꺼라"라는 뜻으로 들린다는 얘기다. ◇ 한은은 환율정책에서 손 떼라? 재경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의 이날 발언을 되새겨 보자. "통화정책의 중립성 등을 감안해 환율 정책에 통화안정증권을 활용하는 것은 자제할 방침이다. 대신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활용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정부의 환율정책 때문에 한은의 중립성이 해를 입어 왔으니 앞으로는 외환시장 개입 때문에 한은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 된다. 한은의 의지와는 달리 외환시장에 개입하느라 발권력을 동원해야 하고 또 그로 인해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느라 통안채를 발행해야 하는 짐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 등 각처에서 한은의 과도한 통안채와 이로 인해 매년 5조원 이상 발생하는 이자부담을 지적하며 그 원인이 정부의 지나친 환율하락 방어정책에 있다는 비난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통안채 발행잔액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 올해 120조원을 넘어섰고 130조원을 향해 가고 있다.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이자는 고스란히 본원통화의 증가를 부른다. 통화량이 늘지 못하게 하려면 한은은 통안채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원금과 이자를 합한 만큼을 새로 발행해야 한다. 최 국장의 발언은 한은을 무척 배려한 것으로 들린다. 그런데 한은 관계자들의 표정을 영 밝지 않다. 오히려 "세게 당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개입을 정부가 다 할테니 한국은행은 신경쓰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흥분했다. "한마디로 환율정책에서 손떼라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예고된 갈라서기.."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가 흥분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동안 한은과 정부가 환율정책을 사이에 두고 벌여왔던 지독한 신경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둘 사이의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은의 변하지 않는 공식 입장은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대한 개입은 시장실패가 나타났을 경우, 즉 환율이 균형을 심하게 벗어날 경우에 한해 명분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막기 위한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환율의 미세조정을 위한 개입)은 가능하지만 환율을 일정수준에 묶어 두기 위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환율이 현수준에서 지나치게 내려가거나 엔화 환율과 크게 차이가 나면 당장 수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으니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심 생각하는 환율 하락의 저지선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갈등은 있어 왔지만 싸움까지 가지는 않았다. 힘의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때로는 외평기금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때로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도록 한은에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은은 이를 들어줘 온 것이 사실이다. 최중경 국장이 "통안채 대신 환시채"라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 최근들어 양쪽의 신경전이 전에 없이 날카로웠다.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전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한은이 "대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해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내수와 물가에는 부담이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국은 직원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오히려 성장에 해가 되고 정부가 억지로 환율을 막아 놓으면 기업 수익에도 마이너스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부는 "그것은 한은총재의 생각일 뿐 외환당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거나 "투기세력에게 최소한의 정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환시채 발행한도 11조원 증액이 추진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장개입을 위한 자금이 그정도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증액 규모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원화 환시채 발행한도는 7조8000억원(7조원은 이미 발행됐다). 여기에 11조원이 더해지면 18조8000억원으로 달러 약세 압력이 거셌던 지난해 12조800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 한은 관계자는 "성가시게 구는 한국은행을 동원해 개입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한도 확대를 추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어쨌든 좋아진건가? 헷갈려.. 외환시장 개입부담에서 벗어났으니 어쨌든 한은에는 좋은 일일까. 의외로 한은은 갸우뚱 거린다. 통안채 발행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한은도 인정한다. 한은 관계자는 "11조원의 환시채가 연내 전액 발행되고 정부와 한은의 그간 개입비율이 5대5라고 가정하면 월 1조원 정도의 발행부담이 주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걱정되는 것이 환율정책에서 정부, 좀더 구체적으로는 재정경제부의 독주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개입목적은 환율변동성 제한, 정부의 목적은 환율수준 제한"이라며 "이제 정부가 자기가 꾼 돈으로 달러를 사겠다고 하는데 한은이 말릴 도리가 있나"고 우려했다. 향후 정부가 환율하락을 적극 막고 이로 인해 수출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지금의 엄청난 경상흑자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유입되는 달러의 상당부분은 한국은행이 사서 준비자산으로 쌓아놓게 될 것이다. 환율관리와는 또다른 차원이다. 또한 경상흑자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다가올 것이고 정부가 그것을 막으려 하면 결국 시장의 투기세력과 정부와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한판 전투가 벌어지면 환율은 그때 그때 누구의 펀치가 센가에 따라 급등락을 할 것이다. 한은도 과도한 변동성을 바라지 않는다. 이대는 정부가 시키지 않아도 개입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환율정책 독자노선 선언이 한은의 통안채 부담을 줄여 주기는 커녕 잠재적인 발행 확대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1600억달러 가량에서 정부의 외평기금은 약 25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는 한은 고유의 자산이다. 향후 외환시장 개입이 환시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외환보유액에서 외평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외평기금이 늘수록 정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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