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K씨, 드디어 새 차를 뽑다

정명수 기자I 2002.03.26 10:00:02
[edaily 정명수기자] 30대 평범한 회사원 K씨는 주말 내내 고민에 빠졌다. 둘째 아이도 생겼으니 자동차를 사야겠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새 차를 뽑자니 가계 사정이 빡빡하다. 중고차를 사면 크고 작은 고장에 신경 쓸 일이 아득했다. K씨는 집근처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요즘 잘 나간다는 RV를 사고 싶지만 중소형급 아반떼 시세를 물어봤다. 말쑥한 차림의 판매사원은 친절하게 차의 기능과 옵션을 설명해줬다. 기본형에 오토미션, 에어컨, ABS 등을 붙이니까 1200만원이 나왔다. "절반 정도 할부를 쓴다고 하고 견적을 뽑아주세요." 36개월 할부금리는 10%. 매달 30만원 가까운 할부금에 보험료, 기름값으로 20만원... "현재의 월급"으로는 다소 무리다. K씨가 머뭇거리자 눈치빠른 판매사원은 "삼성카드나 비자카드 있으세요? 카드 있으시면 현금 인도분을 최대 6개월까지 분납할 수 있습니다"라고 거든다. "어 그래요?" `6개월이면 가을이다. 10월이면 많지는 않지만 적금도 탄다. 내년부터는 연봉제로 바뀌는데 올해보다야 덜 받겠는가. 경기도 좋아진다는데…` 판매사원은 "특소세 인하 시한도 곧 끝납니다. 차 값이 20만~30만원 오르게 되죠. 할부금리도 지금은 10%이지만 요즘 금리도 들썩이고…" "……" K씨는 집으로 돌아왔다. 카드로 현금 인도분을 분납할 수 있다면 할부 비중을 줄여서 월 20만원대로 할부납부금을 낮출 수도 있을 것 같다. 6개월간 카드로 자동차 대금을 내면서 가을까지 기다리면 적금을 탄다. 한달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융통을 하면 현금으로 줘야할 자동차 대금은 완납할 수 있다. 판매사원 말대로 지금 할부금리가 10%이지만 나중에 더 오를지 어찌 알겠는가. 시중 금리도 오른다는데… 무엇보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못하기야 할까. 월드컵, 대통령 선거 끝나면 경기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기야 하겠어. 겨울 연봉협상을 잘 하면 내년 월급이 올해보다야 많겠지… K씨는 다음날 아반떼를 계약했다. K씨가 중고차를 사지 않고 새 차를 주문함으로써 현대자동차는 약 5000만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1300만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현대차는 약 0.05명의 고용창출을, 협력업체들도 0.3명의 신규 고용 여력이 생겼다. 자동차 한 대는 약 2만5000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승용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철, 기계, 전기, 화학, 섬유, 요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이 돌아가야한다. K씨가 중고차대신 새 차를 구입했기 때문에 4월 산업생산 지표는 위에 제시한 만큼 "플러스"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결정적으로 K씨가 새 차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보다 내년 봉급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를 "현재화"할 수 있는 장치로 할부금리 10%, 카드를 이용한 분납이 동원됐다. 양념처럼 특소세 인하도 작용했다. `저금리 자체`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소비를 촉진시키는 원동력은 `미래의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K씨와 같은 기대, 즉 "내년도 소득(그것이 월급이건, 주식에서 대박이 나건, 복권이 당첨되건)이 올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살아 있는 한 소비와 생산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할부, 카드론 등 소비자금융의 자금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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