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법과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이 장기간 표류하는 데 이어 쿠팡 현안이 한미 통상 의제로까지 올라오면서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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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지난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쿠팡 문제가 방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의 오해가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기업 국적 때문이 아니라 경쟁법 위반 혐의에 따른 원칙적이고 일관된 법 집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 통상본부장은 미국 측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우려를 청취하고 한국의 법·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팡 관련 미국 측 문제 제기가 거세지자 정부는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외교·통상 관계부처뿐 아니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했다. 개별 플랫폼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외교·안보 라인에서까지 다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의 압박은 쿠팡 개별 사건을 넘어 플랫폼 규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가 추진해온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은 미국 정부와 의회, 빅테크 업계의 반발 속에 사실상 장기 표류하고 있다. 당초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율하는 방안(사전지정제)이 논의됐지만, 이후 법 위반 가능성을 사건 발생 이후 판단하는 ‘사후추정’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고 현재는 구체적인 입법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공정위는 차별적 법 집행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 미국 측의 차별 주장에 대해 “공정위는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에 공평하게, 똑같은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법 적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도 기업 국적이 아니라 시장 영향력과 법 위반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얘기다.
쿠팡에 대한 개별 사건 처리도 관심사다. 공정위는 쿠팡의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관련해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 사건과 함께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지면, 양사 합계 과징금은 약 7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 관련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남아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쿠팡에 강한 제재를 내릴 경우 미국 측이 이를 차별 사례로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제재 수위를 낮추거나 처리를 미룰 경우 국내에서 통상 압박에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온플법이 통상 마찰 우려 속에 멈춰선 상황에서 쿠팡 사건은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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