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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7.29포인트(1.07%) 하락한 4만9526.1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2.74포인트(1.24%) 내린 7408.5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10.08포인트(1.54%) 떨어진 2만6225.15를 기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뉴욕증시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5만선을 회복했고 S&P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7500선을 돌파했다. AI 투자 열풍과 예상보다 견조한 기업 실적,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가 시장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최근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면서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 급락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4.4% 하락했고 AMD는 5.7%,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6.6% 떨어졌다. 인텔도 6.2% 급락했다. 전날 나스닥 상장 첫날 68% 폭등했던 AI 칩업체 세리브라스시스템스 역시 하루 만에 10% 떨어졌다.
최근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빅테크들의 천문학적 설비투자 계획에 기대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은 ‘AI 슈퍼사이클’ 기대 속에 사실상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최근 상승세가 지나치게 일부 종목에 집중됐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조사업체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최근 몇 주간 기술주의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과열됐다”며 “현재 시장은 어떤 뉴스가 나오더라도 차익실현 압력에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슬레이트스톤웰스의 케니 폴카리 역시 “시장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채권시장과 경제지표가 보내는 신호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AI 모멘텀 거래에만 몰두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가 치솟고 국채금리 급등…12월 금리인상 가능성 50%
시장을 가장 크게 흔든 건 국제유가와 국채금리 급등이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9.26달러로 전장보다 3.4%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5.42달러로 전장보다 4.2% 상승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가 약해지면서 에너지 공급 불안이 다시 커진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양국 간 불안한 휴전이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해 “더 이상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합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이란 측 역시 미국 압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도 이런 우려를 키웠다. 미국의 수입물가와 수출물가는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큰 폭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역시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빠르게 되돌리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59%까지 치솟으며 약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장기채 매도세 속에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도 5.12%까지 오르며 1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처음 4%를 돌파했고,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인 5.85%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시장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5%를 돌파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선 것은 채권시장뿐 아니라 전체 위험자산 시장에도 위험한 신호”라며 “금융 여건이 긴축되기 시작하면 시장은 단순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이동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12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약 50%까지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13.6%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급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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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시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마지막 임기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초고물가, 공격적 금리인상, 이후 금리인하 사이클까지 거치며 시장을 이끌어왔던 ‘파월 시대’가 막을 내리는 셈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차기 연준 의장인 케빈 워시에게 향하고 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중동발 에너지 쇼크와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이라는 쉽지 않은 환경과 맞닥뜨릴 가능성이 커졌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브라 라자파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흔들리는 채권시장은 워시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새 연준 의장이 시장 기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키터그룹의 매슈 키터 대표도 “최근 물가 지표가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새 연준 의장이 당분간 중립적 통화정책 이상의 메시지를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전날 마무리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의 무역합의나 지정학적 돌파구는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기대 이하로 받아들였다. 당초 월가에서는 중국이 수백대 규모의 추가 구매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돼 왔다. 보잉 주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3.8% 내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빅딜’보다는 양국 관계 복원과 관리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터 대표는 “양국 정상이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회담은 관계 리셋 성격이 강했고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가시적 결과는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애크먼 지분 취득에 마이크로소프트 6.6%↑
다만 모든 종목이 약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가 신규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3.1% 상승했다. 의료기기업체 덱스컴 역시 행동주의 투자사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협력해 이사회 개편에 나선다고 발표한 뒤 6.6% 급등했다. 반면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포드는 차익실현 매물에 7.5% 급락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장기 상승 흐름 붕괴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뉴욕증시는 AI 투자 열풍과 기업 실적 호조,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다. S&P500지수는 이번 주까지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긴 주간 상승 흐름이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현재 시장에는 과도한 낙관론과 포지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자연스럽고 건강한 조정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거시경제와 기업 실적 환경이 계속 뒷받침된다면 증시의 장기 방향은 여전히 상승 쪽”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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