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마다 다음 해 국제정세 전망으로 정통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에는 주요 선진국 중 한 곳에서 재정위기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재정적자로 각국의 당면 과제가 이동할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경제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재정 개혁이 불발된 프랑스가 먼저 대상 국가로 거론됐지만 미국 영국 등도 예외는 아니다.
유로존에도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100%를 넘는 고위험국은 그리스(146.7%) 이탈리아(136.8%) 프랑스(116.5%) 벨기에(107.5%) 스페인(100.4%) 등이 있다.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IMF)에 그친다. 올해(0.8%)보다는 소폭 개선된다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런 와중에도 유럽 국가들은 비대해진 복지지출의 구조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증세에도 나서지 못한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군비 증강을 외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교역 위축 속에 인공지능(AI)투자도 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를 염두에 두면서 한 국가라고 했다. 하지만 재정 위기국이 더 나올 공산이 있다. 최소한 ‘준재정위기국’이 더 생길 것이다.
한국도 이 경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제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을 봐도 모처럼 국회가 시한 내 합의 처리했다는 사실보다 규모와 내용에서 걱정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728조원의 정부 원안 규모 그대로 확정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의 저성장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1%대를 넘어서지 못하는데 지출은 8.1%로 급증했다. 세수는 어려운데 사상 최초로 재정 지출 규모가 7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예컨대 지역상품권 예산(1조 1500억원) 등이 감액 없이 유지됐다. 그러면서 미래 준비의 AI 지원 정책펀드 등은 삭감됐다.
쓰라린 기억과 경험이긴 해도 유로존 국가들은 어떻든 앞서 재정위기를 겪은 바 있다. 역설적으로 재정위기에 대한 나름의 대처 노하우라도 있을 것이다. 미국도 자주 발생하는 ‘정부 셧다운’에 대처 방식이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경험했다고 해도 재정위기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키 어렵다. 확장 재정의 후과를 잘 인식하며 미리 조심하고 잘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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