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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며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계 기업의 경쟁력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한류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계 기업은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 결국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이전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2022년 무려 85.4억 달러에 달했으나 2023년과 2024년에는 18.9억 달러와 19.3억 달러로 급락하면서 각각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2.9%와 3.0%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대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2023년과 2024년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는 각각 280억 달러와 223억 달러로 각각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42.9%와 34.1%에 달했다. 대미 투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대미 수출이 증가해 대미 무역수지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444억 달러와 55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가 고율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은 대응책으로 대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투자계획은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수록 대미 수출이 늘어 트럼프에게 관세율을 높이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무역흑자가 커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투자를 줄이면 무역흑자가 줄거나 무역적자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관세 협상단은 이런 점을 미국에 집중적으로 부각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기존 품목별 관세와 향후 부과 예정인 반도체·바이오 등 품목별 관세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것이다.
투자가 줄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내에 경쟁력 있는 품목을 발굴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정비해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경제패권 전반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중 양국에 대한 수출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향후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 대한 수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1~2위 수출대상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