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다. 같은 날 내놓은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의 핵심 인사가 실적 발표와 함께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HBM 주도권을 놓치는 등 반도체 위기설이 제기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DS부문장에 올랐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이전에는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맡아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왔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증권가에서는 19개월 만에 5만원대로 하락한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해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국내증시 참여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주가 반등의 계기는 부진 원인의 해소에서 나올테니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추가 하락으로 인해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은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3월 기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8조원 내외로, 코로나19 이후 특수를 누리던 전년동기에 비해 70% 수준의 감익이 예측됐고 현재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추가하향돼 약 48조원으로 추정 중”이라며 “즉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를 채 반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모멘텀 둔화를 더 빨리 반영해버린 상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