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CGI는 지난 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5주간의 독점협상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어야 했지만 13일로 일정이 밀렸고, 이번에 20일로 재차 지연된 것이다.
계약 일정이 두 차례나 밀린 배경으론 한양증권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이 꼽힌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 가격으로 2448억원을 써내 우협 지위를 따냈다. 차순위 협상자인 LF그룹이 2000억원 초반의 가격을 적어낸 것과 비교하면 400억원이나 비싼 금액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실사와 협상 과정에서 인수 측과 매각 측 간에 가격 이견이 생기면서 체결 일정이 밀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제시했다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마련 중인데, 프리미엄이 과도한 만큼 LP를 확보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 OK금융, 메리츠증권 등에 출자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다만 KCGI는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을 출자자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OK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를 통해 120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하고, 메리츠증권은 400억~600억원 가량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순위 출자는 채무 상환에서 가장 마지막에 상환받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만,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만큼 높은 이자로 수익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KCGI가 2금융권(증권·카드·저축은행·보험) 위주로 자금 조달을 위해 수소문한 것으로 안다”며 “인수 가격이 너무 높은 탓에 대부분이 고사했고, 고수익을 노리는 일부 금융사들이 후순위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양학원과 KCGI가 SPA를 맺으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프로젝트 펀드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경우 GP(펀드 운용사)인 펀드에 출자한 LP들에 대한 적격성을 모두 보기 때문에 심사 기한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만약 KCGI가 인수에 실패한다면 기회는 차순위 LF로 넘어간다. 패션 그룹인 LF는 2019년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뒤 코람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한양증권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