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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중국 베이징에서 회동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전화통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주임이 이틀 동안 진행한 회담에 대해 “양측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협정과 관련해 진전된 사항을 논의했다”며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엔 중국이 펜타닐 원료가 되는 화학물질 개발에 대한 약속이 포함되며, 양측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백악관은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인 사무엘 파파로와 그의 중국 카운터파트 간 통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2022년 대만을 방문하면서 폐쇄된 미중 군사 소통 채널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대만 해협 전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것과 남중국해에서 합법적인 필리핀 해상 작전과 관련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은 북한, 미얀마, 중동에 대한 공동의 우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정책과 비(非)시장적 관행에 대한 우려도 거듭 제기했다. 동시에 경제·무역·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억압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왕 주임의 요구와 관련해선 “미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주임은 지난해 5월부터 오스트리아 빈, 몰타, 미국 워싱턴, 태국 방콕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회담을 가져 왔으며, 이번 베이징 회담은 지난 1월 말 방콕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의 정기 회담은 대만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양국 최고 외교 책임자 간 논의를 가능토록 하고, 미중 관계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적 채널의 일환이다.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채널은 비공개로 유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그리고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베이징 회담 전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한 차례 더 왕 부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11월 대선 이후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 또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회동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