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2023년 갑작스러운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하는 소설 형식으로 시작된다. 김정은의 건강상태, 북한 수뇌부의 여건 변화,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 불안 등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는 급작스럽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구상의 시작이다.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한의 60년간 경제성장을 북한이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달성하고, 남북이 서로 대등한 관계로 통합을 이뤄 나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정부가 외부의 자금 지원 없이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모델이 신선하다. 대한민국은 북한에 통일 비용을 댈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남한의 문제 해결에 북한이 도움을 준다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제목은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교수의 ‘차터 시티’ 구상을 확대 발전시킨 것이다. 로머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저성장과 빈곤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대안 국가로 ‘차터 시티’를 제안했다. 마다가스카르, 온두라스 등에서 차터 시티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를 확대해 ‘세상에 존재하는 우수한 제도들을 융합해 새로 설립되는 국가’로 차터 리퍼블릭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또한 “역사의 발전은 대부분 새로운 ‘차터 시티’를 통해 이뤄져 왔다”며 한반도에서도 새로운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체제로 ‘차터 리퍼블릭’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다. 저자는 30여 만개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국가론을 제시한다. 책 제목에 걸맞게 헌법과 정치제도, 부동산제도와 국토 개발, 국가 예산과 세금까지 핵심 분야를 망라한다. ‘1체제 2국가’ 남북통일론을 통해 최근 사회적 관심사인 주택, 일자리, 교육 문제에 대한 색다른 해법을 신생국가라는 거울을 통해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메타버스를 통한 통일 방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구축해 아바타로 모여 자유민주 ‘북한 임시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국가 체제와 각종 제도와 행정기구와 인력 배치를 논의하고 때가 되면 이를 바로 북한 땅에 실현하자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로 3차원 물건을 디자인하고 이를 3D 프린터로 찍어내듯, 국가도 디지털 트윈 방식으로 미리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누구나 새 국가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는 메타버스로 임시 사전정부 형태로 시작하고, 그 참여자가 투자자 및 이민자로서 최초의 국민이 될 수 있는 21세기형 국가 창조 프로젝트로 완전히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이며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NFT(대체불가토큰)으로도 함께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