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외무장관들이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이란과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 정치조직인 ‘헤즈볼라(시아파)’와 관련해 긴급 회담을 가졌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 주 왕위를 계승하면 헤즈볼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뤄진 회담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아랍연맹 긴급 회담은 사우디의 요청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의 지원을 얻어 성사됐다. 회담에 참여한 외무장관들은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가 아랍지역에서 무기와 미사일을 통해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지원하고, 일부 국가에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란 정부와 예멘 내 무장 반군의 연관성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델 알주베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 소집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 그리고 이란의 내정간섭으로 아랍 국가들의 안정과 안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반영한다”면서 “사우디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안보를 방어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동에서 사우디는 이란의 침략에 대한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힌바 있다.
칼리드 빈 아프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도 이날 “이란이 아랍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사우디를 거들었다. 호삼 자키 이집트 외무장관도 앞서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일부 아랍 국가들에게 하고 있는 내정 간섭 및 불법적인 행동들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멈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 간 갈등을 비롯한 중동 지역 정세는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퇴 이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4일 사우디 방문 도중 헤즈볼라 등의 암살 위협을 이유로 사임하겠다며 귀국을 거부했다. 이에 이란은 사우디 왕가가 꾸민 계략이며 그 배후엔 미국이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같은 날 하리리 총리 사퇴 직전 예멘 반군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사우디는 이를 상공에서 격추했다. 당시 사우디는 미사일 공격이 이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