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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세기의 첫 만남…“긍정적 화학작용” 자평(종합)

김형욱 기자I 2017.07.08 09:56:20

시리아 휴전 합의 성과…북한 문제에는 ‘이견’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 언급 수준 그쳐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정상회담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별도로 만났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양자 정상회담이다. 시리아 내전이나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미국 내에선 러시아가 지난해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초미의 관심을 받아 온 만남이다. 둘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2시간15분 동안의 대화 끝에 시리아 휴전에 합의했으나 북한을 비롯한 다른 부문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리아 휴전 합의·북한 해법 이견… “긍정적 화학작용” 자평

현지 언론에 따르면 회담에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후 9일 정오부터 시리아 남부에서 휴전키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독재 정부군을,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는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정부군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하는 등 긴장 관계를 높여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일시적으로나마 긴장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유럽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세력 확장에 대해서도 양국은 미국이 이 문제를 전담할 특별대표를 선임해 러시아 대표와 긴밀히 연락하는 데 합의했다. 또 전 세계적인 테러리즘과 조직적 범죄, 해킹 등에 대해 힘을 모아 맞서겠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긍정적인 화학작용(positive chemistry)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를 공동 노력에도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는 공동 목표에도 의견을 일치시켰다. 그러나 그 방법을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와 우리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며 “우리는 토론을 계속하면서 러시아 측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경제적 교류를 더 줄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날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안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러시아는 이번 미사일을 북한 도발의 마지노선인 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유야무야’…美 정치권 맹비난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던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 유착설은 과거보단 미래를 얘기한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가 회담 서두에 ‘미국인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을 꺼내며 논쟁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 의혹을 부인했으며 의혹을 제기하려면 증거를 대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치권,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러시아가 지난해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측을 해킹하는 등 대선에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와도 교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 5월 당선 이후 이를 조사하던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백악관이 이 의혹을 덮으려 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회담은 그러나 미 정치권의 의혹을 풀기엔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둘의 논쟁이 있었다면서도 “대통령은 현 시점의 불일치 쟁점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이날 회담 후“트럼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가 유착 의혹이 있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게 만나서 영광(honor)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문제 삼았다. 미 민주당 상원의장 척 슈머는 “우리의 신성한 선거에 대한 개입 의혹은 동의야 아니냐로 결론지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미 전문가도 트럼프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단순히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칠 게 아니라 푸틴을 더 강력히 몰아붙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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