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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코리아] "빅데이터, 통계, 확률 교육 강화해야"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장순원 기자I 2017.01.26 06:49:36

"공허한 위협론은 도움안돼…아직 기회 있다"
"창의성 키울 교육시스템·사회적 관용 필수"
"유연한 사회구조 필요‥청년 지능이민 도전"

[대담 이민주 이데일리 IB마켓부장 겸 기획취재부장. 정리 장순원 기자] “문명 개혁이 절실합니다. 정치나 경제개혁은 부수적 차원에 불과합니다. 수천 년간 세상을 호령한 중국과 인도가 왜 식민지가 됐습니까.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하는 걸 우리가 못 따르면 당하게 됩니다.”

‘시대의 석학’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다가온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서 걱정만 늘어놓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서울 평창동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인공지능(AI)의 위협, 우리가 그걸 알아서 뭐합니까? 안다한들 대안이 있나요? 공허하고 해답 없는 위협설을 얘기하며 대중적 공포를 자극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면서 “화두를 분명하고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인터뷰


△AI가 왜 시대의 화두가 된 걸까요.

-인류는 지혜와 지식, 정보화 시대를 지나 데이터 시대까지 진화했습니다. 우리는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죠. 실은 우리의 정보를 빼 간겁니다. 그게 빅데이터입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인간의 뇌로 모르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뇌보다 수천 만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데이터시대 AI가 필수가 되는 거죠.

AI 기술은 스마트폰과도 밀접합니다. 스마트폰 가지고 다니려면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영상도 봐야 하니까 화상은 점점 커져야지요. 크기는 작아지면서 화면은 커져야 하는 모순에 부닥친겁니다. 결국 키보드가 사라져야 하는 거지요. 130년이나 지속한 키보드가 없어지려면 결국 문자나 음성인식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AI의 발전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AI는 향후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까요?

- AI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이 캐나다 토론토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입니다. 그가 제시한 딥러닝 기술이 붐을 일으켰죠. 우리도 딥러닝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작년에 체험을 했습니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서입니다. AI 기술이 SF가 아니라 현실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구나 하는 절 느꼈을 겁니다. 컴퓨터 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같은 사람은 2045년엔 싱귤래리티, 즉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지능을 초월해 스스로 진화해가는 기점이 온다고 예상을 하더군요.

△우리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요, 대응책은 뭘까요?

-우리 통신 회로나 와이파이 기술 같은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걸 움직이는 정신과 지능이 컨텐츠인데, 우린 그게 부족합니다. AI의 탄생기반인 데이터 시대인데도 우리나라에 변변한 ‘클라우드’ 업체도 하나 없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 중국, 일본이 AI 기술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기차에 올라타야 합니다. 실제 다른 나라들은 AI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관련 인재들을 싹쓸이 하다시 피하고 중국, 일본도 이런 행렬에 동참했고요.

△AI 기술에 대한 공포심도 큰데요.

- 새 기술이 나왔을 때마다 여러 소동이 있었습니다. 기차도 처음 등장했을 땐 터널을 지나면 압력 때문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는 괴담이 있었으니까요.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E = MC2’란 공식으로 상대성이론을 정리한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이론이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로 이어질지 몰랐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뭔지도 모르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초기 단계의 로켓도 만들지 못하면서 화성에 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추상적인 논쟁은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위협이 정말 걱정이 된다면 대비책을 만들면 됩니다.

△우리가 경쟁자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 우리나라가 산업혁명 시기 뒤처지면서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를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AI 경쟁이 코너링에 접어든 시깁니다. 코너링에서 순위가 갈립니다. 지금 AI 경쟁에서 밀리면 어려움이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IT 기반은 최고입니다.지금 AI기술이 발전하다보니 AI 로봇 만드는 중간회사들이 생겼습니다. 무(無)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고 돈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장관님 말씀을 듣고보니 교육이 무척 중요할 것 같습니다.

-AI시대의 교육은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AI 기술의 개념 자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과는 다르니까요. 통계나 확률, 빅데이터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창의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창의성은 고정 관념과 상식에서 벗어날 때 생깁니다. 가령 우리 눈에 보이기는 해는 동쪽에서 뜹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지구가 돌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가르치죠. “무슨 소리냐. 지구가 돌면 내가 어지럽고 토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어보는 학생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 교육 체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 같은데요?

-우리 교육은 일상에 회의를 갖거나 뭘 좀 덧붙이면 ‘튄다’고 합니다. 눈에 띄지 않고 둥글둥글 사는 게 좋다는 얘기지요. 우리나라에 아인슈타인이나 퀴리 부인이 있었다면 유난스럽다고 왕따를 당했을 겁니다. 사회 통념에서 약간 벗어나거나 기행을 저질러도 그것을 끌어안고 함께 사는 관용이 중요합니다.

△요즘 젊은이의 삶이 무척 어렵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매력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 젊은이가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괴롭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는 모두 밑바닥에서 시작했지요. 지금은 같은 밑바닥도 아니고 상대적 빈곤도 참기 힘들 겁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남이 잘한 것도 없는 상황이니 박탈감이 더 클 겁니다.

만약 한국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나가서 국제경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도 인재유출을 줄이려 합리적으로 변하게 될 겁니다. 조국도 경쟁을 하는 시대입니다.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지능이민, 지식경쟁자가 되십시오. 밖에서 훌륭하게 된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는지요?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들은 미래를 얘기해야 합니다. 노인 무릎을 만져보면 다들 젊을 시절 생긴 상처가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무릎의 상처 얘기를 들려주세요.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려주세요. 젊은이는 쓰러져도 일어날 시간이 있고 그게 젊은이 특권이란 사실을 잘 알려주세요.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어령 전 장관 인터뷰


[체인지 코리아]이어령 전 장관은 누구?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 아이콘’이다. 교수, 장관, 작가, 시인을 포함해 다양한 길을 걸으면서 남보다 앞서 시대의 화두를 던져온 인물이다. 고령의 나이에도 서재에 7대의 컴퓨터를 놓고 활용할 만큼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

문학평론가로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고, 초대 문화부 장관과 새천년준비위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며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생명이 자본이다’ 등이 있다.

▲1934년 충남 아산 출생 ▲1956년 서울대 국문과 학사 ▲1960년 서울대 국문과 석사 ▲1987년 단국대 국문학 박사▲서울신문·한국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 논설위원 ▲이화여대 문리대학 교수 ▲‘문학사상’ 창간 주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연출 ▲초대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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