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제주방송, 지역 특화 전략으로 '골리앗' 앞섰다

김유성 기자I 2015.07.21 04:11:45

KCTV제주방송, 지상파와 직접 경쟁하며 지역 SO 한계 넘어
지역 특화 채널 운영하고 전직원 직접고용해 케이블 업계내에서도 '모범'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제주도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정현(37) 씨. 한 씨의 펜션은 제주지역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인 KCTV제주방송 가입 가구다. 손님들이 묵는 각 방에는 KCTV 가입 케이블TV와 와이파이(WiFi) 공유기가 설치돼 있다.

한 씨는 “AS를 불렀을 때도 설치기사가 빠르게 달려오고 개업·부고·결혼처럼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 소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메르스 사태 때 관광업계 이용 요금을 50% 인하해줘 감동받았다”며 “지역민과 함께 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인구 63만명에 가구 수는 23만. 서울시 송파구 정도의 크기지만 케이블·IPTV·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지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중에서는 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인 KCTV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KCTV의 제주도내 유료방송 가입가구 시장 점유율은 70%다. IPTV와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도내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로 군림한 셈이다. KCTV는 보도와 지역 프로그램에서는 지상파방송사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KCTV 뉴스 제작 스튜디오 모습. KCTV 제공
◇KCTV, 지상파와 직접 경쟁하며 SO 수준 ‘넘어’

20년전 일개 지역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로 시작한 KCTV가 단순 중계유선 사업자를 넘어 제주지역민을 위한 종합 통신방송 기업으로 진화한 것은 ‘지역 맞춤형 서비스’에서 나왔다. 유무선결합상품에 따른 방송 저가화, 가입자 이탈, 지상파 콘텐츠 사용료 분쟁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케이블 업계에 이례적인 ‘사건’이다.

김석범 KCTV 보도국 부국장은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 비중이 지상파보다 높고 내용도 심층적이다”며 “지역민의 높은 호응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단위 케이블TV사업자(개별 SO)가 보도국을 운영하고 이 보도국이 기자협회에 등록돼 있는 곳은 KCTV가 유일하다. KCTV는 기자 포함 보도국 인원만 20여명을 두고 있다.

‘우리 개업했어요’ 같은 프로그램도 KCTV가 자체 제작하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제작국 인원도 20여명에 이른다. KCTV는 지난 한해에만 프로그램 제작에 48억원을 투입했다. 연매출 440억원 정도인 개별 SO가 쉽사리 시도하기 힘든 투자다.

KCTV는 항공기 운항 시간, 날씨, 부고, 결혼 같은 지역 소식은 물론 제주도내 추천 관광지까지 한번에 볼 수 있는 스마트 채널(채널20)도 올들어 새로 시작했다. 김석범 부국장은 “리모콘으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 호텔 등에서 인기”라고 귀띔했다.

KCTV의 스마트 채널(CH 20) 실행 모습. KCTV 가입자가 채널 실행후 리모컨으로 필요한 정보를 누르면 항공기 운항정보, 날씨, 부고 등 다양한 지역 정보를 볼 수 있다.
◇“지역채널로 승부하고 가격경쟁 지양”

KCTV의 매출 규모는 국내 최대 복수케이블TV사업자(MSO) CJ헬로비전(037560)(2014년 1조2704억원)의 3.5%에 불과하다. KCTV가 보도국을 운영하고 지역 특화 프로그램 제작을 한다고 하지만 국내 최대 민영 지상파 방송사 SBS(지난해 매출 8226억원) 등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그러나 KCTV는 거대 방송 사업자들이 못하는 ‘직접·정규직 고용’을 창사 이래 줄곧 유지하고 있다. KCTV의 직원 수는 보도국, 제작국, 경영, 설치 기사 등을 포함해 300여명이다. 이중 설치 기사 수는 30명으로 모두 KCTV 정규직이다.

지난해 케이블TV 업체와 IPTV 회사들은 설치기사들의 간접고용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지금도 간접고용 문제는 방송 업계 내 시한 폭탄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공성룡 KCTV 회장
공성룡 KCTV 회장은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수신료 저가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지역민의 호응을 받는다는 자신감이 전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 수신료 제값 받기를 하면서 ‘인건비 쥐어짜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KCTV는 지역민의 시청 편의를 고려해 홈쇼핑 채널도 지상파 채널 사이에 넣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보다 높은 채널 수수료를 받기 위해 인기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넣고 있다.

공 회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케이블이 내리막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역민의 채널로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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