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연말 인사철에 접어들면서 재계의 인사 규모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로 예정된 대선 때문에 당초 대기업 인사가 대선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빨라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인적 진용을 새롭게 갖춰 위기에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부각되면서 그룹 오너가의 3세 승진이 이뤄질 지가 관심사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연말인사의 하이라이트인 삼성은 내달 첫 주에 사장단 인사를, 둘째 주에 임원 승진인사를 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의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 여부다. 현대가(家) 오너 3세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2009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 사장이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장을 승진시키기는 다소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최근 북미지역에 발생한 연비논란 등과 관련해 ‘기강잡기’ 차원에서 일부 계열사 사장단 및 해외법인장에 대한 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12일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위아 사장에 정명철 현대파워텍 부사장을 승진 발령한 바 있다. 이어 내달 말경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올해 ‘연비 과장’ 논란과 품질 문제가 현대차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던 만큼 강도 높은 문책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인천점이 세든 인천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경쟁사인 롯데에 뺏긴 것과 관련해 일부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인천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임대 형태로 이 곳에서 영업 중이었는데, 최근 롯데쇼핑이 인천점 부지에 대한 매입에 나서면서 이 매장을 롯데에 빼앗길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폭의 인사를 단행했던 CJ그룹은 내달 초순경 인사가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사 폭이 컸던 만큼 올해는 소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8월 이재현 회장이 해외사업과 관련해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어 중폭 이상의 인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건설업계는 인사철을 맞아 뒤숭숭한 분위기다.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진 주택사업 관련 부문이 인사 태풍 중심에 서 있다.
현대건설은 연말 대대적 인사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 6월말 원자력사업본부와 주택사업본부를 각각 플랜트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에 흡수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한 지 1년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추가 조직개편도 거론되고 있다.
다른 건설사들 가운데서도 주택분야의 실적 악화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조직을 축소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주택분야를 단독사업부로 두지 않고 건축 등과 통폐합하거나 주택분야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연말 대폭의 인사이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