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한 동안 유지되던 원과 엔의 동조화가 끝나면서 엔-원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최근 원화와 엔화 간의 동조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수출제품이 해외에서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엔-원 환율은 9개월간 횡보세를 지속하면서,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의 엔화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위축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상당부분 청산된 이후 다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일본 내부요소보다는 주로 글로벌 달러화의 흐름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보고서는 하지만 미국의 경기회복 기조가 지속될 경우 엔-원 동조화가 완화되거나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인상 기대감이 확산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외에도 최근 일본의 재정부실과 신용등급 강등,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등으로 엔화 약세요인이 전반적으로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와 낮은 물가 등은 엔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반해 원화의 경우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등으로 강세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연구원은 따라서 "엔-원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2002~2003년 동안 강한 동조화가 깨진 이후 엔-원 환율이 1000원대에서 700원대로 급락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주력 수출품목이 유사해 엔-원 환율의 하락은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준다"면서 "한국의 수출에는 달러-원 환율의 변화보다 오히려 달러-엔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