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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68.8원)보다 1.9원 내린 1466.9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들어서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80%를 웃돌면서 달러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환율은 여전히 1460~1470원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환율의 방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연준이 실제로 인하를 단행하고 향후 추가 인하 의지를 명확히 밝힐 경우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단순한 금리 변수만으로는 최근의 고환율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대미투자, 해외주식 매수 등 구조적 요인이 환율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수급 기반의 고환율 구조’는 내년 환율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내년 환율이 1400원대에 장기간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대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국내 기업·개인의 해외주식 매수 지속 등으로 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단순한 금리 사이클만으로 방향성이 결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조함, 연말 결제 수요 등으로 인해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어, 환율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중기적으로는 연준의 유동성 정책 완화, 글로벌 성장률 격차 축소,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달러 약세 전환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엔화 변수 역시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BOJ가 금리 정상화를 가속하거나 일본 보험사·연기금의 해외자산 헤지 재개가 나타날 경우 ‘엔화 강세→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나며 환율에도 하락 압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 약세가 다시 확대되며 원화 약세를 자극한 만큼, BOJ의 정책 방향은 내년 외환시장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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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환율이 1480원대 연고점 부근을 맴도는 가운데, 내년 전망은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1500원대 진입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NH선물은 내년 환율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고, 신한은행도 내년 4분기 1510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내년 환율의 절대 레벨은 1400원대 고착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이벤트 발생 시 1500원대 진입도 열려 있다고 경고한다.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이 단기 흐름을 좌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원화는 달러 인덱스와의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금리·성장·유동성이 아니라 수급 탓”이라며 “주식에 집중된 해외투자 구조, 대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에 따른 환전(네고) 지연, 개인·기업의 해외 자산 선호 심리 등으로 달러 공급이 억제되면서 환율은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차보다 성장·주식시장 흐름이 환율을 더 크게 좌우하는 국면”이라며 “미국은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 달러 자산 선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개인·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국내 자산의 매력 부족, 해외 펀드플로 확대 등으로 원화 하단이 높아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