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와 같은 위탁운용사(GP)는 LP로부터 출자받아 조성한 펀드로 투자를 집행한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투자 실적은 물론 평판 리스크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MBK 6호 펀드의 경우 작년까지는 펀드레이징을 수월하게 진행했다. 상반기만해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LP들의 출자 사업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차곡차곡 펀드 규모를 키웠다. 작년 말 2차 클로징 당시 초기 설정 목표액인 70억달러의 70%가 넘는 50억달러(약 7조원)의 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고려아연 사태로 인해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국내 주요 LP들은 사실상 출자 사업에 MBK를 배제했다. 당시 한 기관투자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도 결국 공적 성격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면서 “여러 측면에서 검토했겠지만 논란이 있는 운용사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홈플러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MBK는 사실상 국내에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부터 MBK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지난해 7월 선정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 이후 MBK와는 적대적 인수합병 투자 건에 대해서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해 올해 2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기금이 투자하게 될 사모펀드(PEF)의 정관 등 계약에도 반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앞으로 MBK가 고려아연과 같은 투자에 대해 국민연금에 펀드자금 요청(캐피탈 콜)을 하더라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사태가 확산하면서 MBK에 출자한 국민연금이 여러 방향으로 언급되자 이례적으로 개별 투자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일반적으로 개별 투자건에 대한 코멘트는 지양하는 편이다.
MBK는 뒤늦게 김병주 회장의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땅에 떨어진 LP들의 신뢰는 당분간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LP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투자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홈플러스 사태처럼 논란이 크게 발생한 경우 (LP 입장에서는) 출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면서 “상당수 기관이 MBK의 이번 홈플러스 사태 수습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