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합작·단독투자 릴레이…美와 연합전선 강화한 K배터리

김정유 기자I 2021.05.23 11:19:59

LG엔솔·SK이노 등 韓배터리 美투자 227GWh 달해
SK이노 포드와 60GWh 합작 추진, 동맹전선 굳건
LG엔솔도 GM과 합작 진행, 추가로 70GWh 투자계획
‘전략적요충지’ 美 선점, 전기차 시장서 中 견제도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제1 배터리 공장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시장에 추가 투자를 강행하며 두터운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불리는 미국에 잇단 단독 또는 합작투자를 진행하며 현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각각 미국 완성차 업체 GM, 포드와 손 잡고 합작에 나서는 한편, 별도의 단독 투자도 추진하는 등 바이든 정부에서 급성장할 전기차 시장 대응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이달 기준으로 미국내에 기투자했거나 향후 투자 예정인 배터리 생산설비는 총 227GWh에 달한다. 1GWh는 1회 충전시 38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1.66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치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향후 미국내 전기차 약 370만대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유럽과 중국에 비해 전기차 성장 속도가 느린 미국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업체들의 행보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층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6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간 합작법인은 ‘블루오벌에스케이’로 이름 지어졌으며, 총 6조원이 투입돼 오는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60GWh는 포드의 주력 제품군인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중국이 전기차 경주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나온 합작투자 발표여서 한미 양국의 배터리 동맹의 상징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2일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최고의 파트너”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조지아 공장은 미국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공급처가 될 것”이라며 “포드 등 미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SK이노베이션 스스로도 미국 시장을 통해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설립 중에 있다. 양사는 2개의 합작공장에 5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제1 합작공장 투자 발표 이후 올 4월엔 제2합작공장 투자를 선언하는 등 공격적으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합작공장과는 별도로 오는 2025년까지 독자적으로 미국내 2개 지역에 7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도 설립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미국시장에 투자했더나 투자 예정인 규모는 총 145GWh에 이른다.

미국내 1, 2위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손을 잡으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미 연합전선이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현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본격적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그린에너지 분야에만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한다. 현지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전기차 업체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GM은 물론, 포드도 최근 전기차로 본격 전환하고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미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지 ESS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배터리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중국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내수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유럽에서 활약하며 글로벌 1위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럽과 중국 못지 않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중국을 견제하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려면 적절한 파트너로는 한국 업체들밖에 답이 없다.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업체들이 현지 배터리 분야 투자를 키우는 건 한국과 미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규모(판매량)만을 보면 내수를 중심으로 한 중국이 미국을 3배 이상 앞서지만, 정작 전기차 업체 기준으로 보면 테슬라, GM 등 미국이 우세한 부분이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세력을 키우기 위해 점차 배터리 동맹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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