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도 인정한 식품안전 불감증..어떻길래?

박옥희 기자I 2007.07.06 09:52:45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제품 5개중 하나 불량
美·EU, 中수산물 수입 금지
中 "수산물 문제 인정 못해"..무역마찰 조짐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전세계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공포가 확산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직접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20% 정도가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중국산 약, 치약, 동물사료 등 다수가 문제가 되면서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자 중국 정부도 버티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에 치중하기 보다는 중국산 제품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데 비중을 두고 있고, 최근 미국이 제기한 중국산 수산물 문제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어 향후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을 더 높여놨다.

◇中정부, `중국산 제품 문제 있다` 인정
 


4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올해 상반기에 720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80.9%가 기준에 부합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질검총국의 설명.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산 제품의 19.1%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질검총국에 따르면 이 불량 제품에는 독소가 포함돼 있거나 지나치게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또 안전보호장치가 없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라벨이 없는 것도 있었다.
 
게다가 중소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의 불합격률은 27.1%로 더욱 높았다.
 
품질 기준에 합격하지 못한 제품에는 젤리, 음료수, 과일 통조림, 생수통, 말린 생선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식품에서는 기준치가 넘는 박테리아나 첨가제가 발견됐다. 과일 음료수는 20%가 불량품이었다.
 
이외에도 화학 비료와 살충제 등 농업용 제품의 19.5%도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질검총국은 수출품들은 조사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식품에 산업용 화학품과 첨가제를 사용한 것이 적발된 180개 식품제조업체를 폐쇄시키기도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 식료품 공급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크게 인정한 사건이라고 평가됐었다.

◇연이어 터지는 中제품 문제..美•EU, 中수산물 수입 금지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파나마에서 독성 물질이 들어간 감기 시럽을 먹고 감기환자들이 숨지고, 미국에서는 유해 화학성분이 들어간 사료를 먹고 애완동물이 폐사한 사건이 있었던 때부터였다.

이외에도 치약, 타이어, 장난감,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국산 제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 산업의 우려는 더욱 깊다. 전세계 식품 산업에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수출은 전세계 과일과 야채 무역의 1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산 수산물에 유해 물질이 함유됐다며 식품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새우와 메기, 황어, 장어 등 양식 수산물 5종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FDA의 식품안전위원인 데이비드 아치슨 박사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부 중국산 수산물에 금지된 성분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이같은 강경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해당 식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식품 안전규정을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까지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럽연합(EU)도 동조하고 나섰다. EU의 필립 토드 대변인은 "중국산 해산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금지된 제품은 유럽에서도 수입이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산물 수입 1위국인 일본도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수입 식품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키페이 바바에 따르면 일본은 자국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다수의 중국산 뱀장어가 수입된 후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뱀장어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국의 수산물 수입 2위국이고, 미국이 3위, EU가 4위다.

◇中 반격..`中수산물 문제 인정할 수 없다`

미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하고 나섰다.

1일 질검총국의 리 창지앙 국장은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품질에 관해서 항상 미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며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똑같은 입장을 보일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세계 언론들이 중국산 제품 품질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질검총국에서 수출입 식품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리 위안핑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식품의 99%는 지난 2년간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며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6월초에는 미국 의원들이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 가운데 중국의 역공 조짐도 있었다. 6월초 중국 당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일부 건강보조식품과 건포도가 위생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송하거나 폐기처분 했다. 질검총국은 "미국 업체 3곳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에서 박테리아와 이산화황이 발견됐다"며 "제품들이 중국의 위생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흑자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이 품질기준을 무역장벽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이징의 관 안핑 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기술 및 품질기준을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수산물과 같은 상품은 트집 잡기가 매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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