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델타정보 대주주들, "회사 경영보다 딴 생각"

한상복 기자I 2002.09.23 10:41:48
[edaily 한상복 박호식기자] 시세조종과 사기매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델타정보통신(39850)의 기존 대주주들이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회사를 등진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대주주 3명 가운데 2명이 지난 2000년에 일찌감치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해 빠져 나갔으며, 나머지 1명도 자신의 회사를 설립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은 이들 대주주가 이번 작전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혐의를 파악,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국, 기존 대주주들이 회사를 팽개쳐 작전세력의 먹이감으로 내주었으며, 이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23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델타정보통신을 설립한 이왕록 씨는 지난 2000년 이스턴정보통신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이 곳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왕록 씨는 지난 92년 델타정보를 세운 설립자로, 이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등록되었던 2000년 7월, 125만주를 가지고 있던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6개월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 연이어 지분을 매각, 2001년 7월에 대표이사 자리를 김청호(현재 대표이사) 씨에게 넘긴 뒤 회사를 떠났다. 이 씨는 2000년 하반기부터 장외업체인 이스턴정보통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스턴정보는 지난 94년에 설립된 CCTV업체로, 현재는 DVR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턴정보 관계자는 "원래의 대표이사는 안명환 씨였으나 이왕록 씨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면서도 "거래대금이 얼마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모두 처분 델타와의 인연을 끊었다.

이왕록 씨와 인척관계인 김태주 씨는 델타정보의 이사(최근에는 사외이사)로 근무하면서 코스닥 등록 당시 108만주(14.43%)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 씨는 그러나 순차적으로 지분을 매각한 뒤, 작전세력에 나머지 70만주를 팔아치우면서 손을 털었다.

김 씨는 지난 2000년 4월, 플랜티넷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델타정보통신은 플랜티넷에 지난해 12월, 1억원을 출자했으며 올해 3월20일에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서도 10억원을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정보통신은 상반기에 12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편 김태주 씨와 이왕록 씨는 처남 매부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청호 씨 역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델타정보 관계자는 "지난 8월초에 지분 매각을 발표한 뒤 김 사장이 자기 사업을 한다면서 사무실을 구하러 다닌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우증권 계좌 도용 사건이 터졌을 당시 "다른 사업 파트너들이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분을 정리한 것이며 우리는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 결과, 이들 대주주가 계약금도 받지않은 채 작전세력과 지분 양수도계약을 맺은 데 이어 세력이 사채업자에게 주식담보 대출을 받을 때도 함께 가는 등 작전에 적극 개입한 혐의가 포착됐다. 심지어 지분 양도대금을 주식으로 되돌려 받는(고가에 처분해 나눠 먹기)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세력에 동조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들 대주주의 불법혐의를 밝혀내 검찰에 통보했다. 기존 대주주의 주식 매각대금은 김청호 씨가 31억원, 김태주 씨가 24억원, 이왕록 씨 14억원 등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금액의 이익을 취한 사람들이 기존 대주주였다"며 "이들 외에 델타정보의 임직원 중에서도 불법이익을 취한 사례가 드러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 3인방은 70억원의 매각대금 가운데 2억원의 잔금을 받지 못했다고 경영권 이양을 거부하는 등 세력보다 대단한 배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델타정보 사건은 코스닥 기업 대주주들의 모럴 해저드가 갈 데 까지 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전형적 사례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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