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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금 50조원, 벤처자금 40조원을 연기금, 금융회사 등 기존 투자자로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공적연금의 높은 요구수익률을 충족할 프로젝트가 넘치지는 않을 것이고 사적연금은 벤처투자를 허용하더라도 계약형 제도 아래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공적기금 또한 국가재정 악화에 따른 기금규모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 대체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
회수까지 염두에 둔다면 대기업의 펀드 참여가 바람직할 수 있다. 경영불확실성으로 파킹해 있는 기업의 현금성자산(사내유보의 약 30% 가정 시 800조원) 중 상당액은 재무적 투자로 전환 가능한 자금이다. 기업은 또한 AI 로봇, AI 자동차, AI 선박 등 소위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도메인 지식의 담지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는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인수합병(M&A) 회수 활성화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이 벤처 출자를 하거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만드는 목적은 재무적 수익과 기술탐색에 있다. 펀드 회수시점에서 재무적 투자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전환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맞춤형 M&A가 가능하다. 벤처캐피털 회수의 고질적 문제인 과도한 기업공개(IPO) 의존과 그에 따른 투자자보호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IPO 건전성과 코스닥 진입퇴출 규제를 점점 강화하는 시장 환경 아래서 대기업의 참여는 IPO와 M&A 회수의 보완적 발전을 통해 혁신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해서는 CVC 규제를 과감히 합리화하고 벤처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첨단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정부가 주도하는 첨단산업 벤처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굳이 다르게 둘 이유가 있는가. 강력한 세제유인과 자유로운 CVC 활동이 가능해져야 혁신생태계가 한 단계 향상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운동장에서 구글이나 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CVC가 우리나라에도 출현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국민성장펀드 이름에 걸맞게 일반투자자가 성과를 누리는 공모펀드 구조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히 성과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의 저축 행태를 변화시키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가계는 저축률이 미국보다 두 배 높은데 금융자산 축적이 느려 미국과 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다. 경제는 혁신과 무형자산 경제로 가는데 저축을 중개하는 산업금융 시스템이 뒤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금으로 들어온 가계 저축의 부동산 유입을 억제하는 좁은 의미의 생산적 금융 접근도 중요하지만 저축(매년 200조원)의 대부분이 예금으로 갈 수밖에 없는 금융중개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진짜’ 생산적 금융이 되려면 가계 저축에 대한 조세감면의 축소가 아닌 대폭적인 확대가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경제사회시스템을 바꾸는 AI 대전환을 위한 국민 참여 방식도 과거 매뉴얼에서 벗어나 전향적이길 기대한다. 펀드 불입·운용·인출 모든 단계에 걸쳐 세금을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EEE 방식이 우리 체계에서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가령, 국민성장펀드 납입금(사모재간접공모펀드, BDC)을 세액공제하고 이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면 운용수익과 인출수익 비과세도 가능하게 된다. 별도 상품을 만들 필요 없이 몇몇 나라에서 장기투자에 대해 도입하고 있는 파격적인 세제혜택(EEE) 체계가 가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