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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성공 위한 최종 병기[금융시장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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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9.01 05:30: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례 없는 대규모 정책펀드
민간 50조·벤처 40조 과제…대기업의 적극적 참여 절실
CVC 규제 과감히 합리화해 한국판 소프트뱅크·구글 키워야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잘사니즘’으로 보면 아무래도 성장률 하락을 반전시킬 기술선도 성장전략이 중요하다. 기술선도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초혁신 경제를 비전으로 AI, 기후에너지, 주력산업 고도화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할 재원조달방안으로 5년 동안 100조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

펀드 세부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보증채권 발행 등으로 50조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고 상업적 베이스로 민간자금 50조원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얼마 전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정부보증 동의안이 처리되면서 AI 대전환과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역대 정부의 정책펀드 경험과 과거 뉴딜펀드(20조원), 혁신성장펀드(15조원)와 비교가 되지 않는 100조원의 압도적 규모가 주는 현실성 이슈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증채권 등으로 조달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달리 민간자금 50조원, 벤처자금 40조원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라 상당히 도전적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벤처자금부족을 해소하고 미국 벤처 캐피털(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5~1% 투자)에 버금가는 혁신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모험자본을 부작용 없이 조달·운용·회수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 역량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생태계의 발전 관점에서 전략의 세부 사항을 시장과 소통하며 전략과 세부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마중물은 정부가 태우지만 성패는 시장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민간자금 50조원, 벤처자금 40조원을 연기금, 금융회사 등 기존 투자자로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공적연금의 높은 요구수익률을 충족할 프로젝트가 넘치지는 않을 것이고 사적연금은 벤처투자를 허용하더라도 계약형 제도 아래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공적기금 또한 국가재정 악화에 따른 기금규모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 대체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

회수까지 염두에 둔다면 대기업의 펀드 참여가 바람직할 수 있다. 경영불확실성으로 파킹해 있는 기업의 현금성자산(사내유보의 약 30% 가정 시 800조원) 중 상당액은 재무적 투자로 전환 가능한 자금이다. 기업은 또한 AI 로봇, AI 자동차, AI 선박 등 소위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도메인 지식의 담지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는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인수합병(M&A) 회수 활성화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이 벤처 출자를 하거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만드는 목적은 재무적 수익과 기술탐색에 있다. 펀드 회수시점에서 재무적 투자자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전환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맞춤형 M&A가 가능하다. 벤처캐피털 회수의 고질적 문제인 과도한 기업공개(IPO) 의존과 그에 따른 투자자보호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IPO 건전성과 코스닥 진입퇴출 규제를 점점 강화하는 시장 환경 아래서 대기업의 참여는 IPO와 M&A 회수의 보완적 발전을 통해 혁신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해서는 CVC 규제를 과감히 합리화하고 벤처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첨단산업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정부가 주도하는 첨단산업 벤처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굳이 다르게 둘 이유가 있는가. 강력한 세제유인과 자유로운 CVC 활동이 가능해져야 혁신생태계가 한 단계 향상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운동장에서 구글이나 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CVC가 우리나라에도 출현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국민성장펀드 이름에 걸맞게 일반투자자가 성과를 누리는 공모펀드 구조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히 성과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의 저축 행태를 변화시키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가계는 저축률이 미국보다 두 배 높은데 금융자산 축적이 느려 미국과 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다. 경제는 혁신과 무형자산 경제로 가는데 저축을 중개하는 산업금융 시스템이 뒤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금으로 들어온 가계 저축의 부동산 유입을 억제하는 좁은 의미의 생산적 금융 접근도 중요하지만 저축(매년 200조원)의 대부분이 예금으로 갈 수밖에 없는 금융중개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진짜’ 생산적 금융이 되려면 가계 저축에 대한 조세감면의 축소가 아닌 대폭적인 확대가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경제사회시스템을 바꾸는 AI 대전환을 위한 국민 참여 방식도 과거 매뉴얼에서 벗어나 전향적이길 기대한다. 펀드 불입·운용·인출 모든 단계에 걸쳐 세금을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EEE 방식이 우리 체계에서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가령, 국민성장펀드 납입금(사모재간접공모펀드, BDC)을 세액공제하고 이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면 운용수익과 인출수익 비과세도 가능하게 된다. 별도 상품을 만들 필요 없이 몇몇 나라에서 장기투자에 대해 도입하고 있는 파격적인 세제혜택(EEE) 체계가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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