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2·4대책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장 먼저 순환 정비 방식으로 개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상향과 함께 주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인센티브도 주거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주차난을 해소 하기 위한 조치로 역세권 주택의 경우 ‘일부 가구’에 한해 ‘차 없는 입주자’에게만 분양자격을 줄 예정이다.
◇ “순환정비 방식은 빠른 공급 못 해”…‘전세난’ 딜레마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4 대책에 핵심은 ‘빠른 정비 사업’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에 대해 정비구역지정부터 이주 기간까지의 기간을 5년 이내로 예상했다. 통상 13년이 걸리는 민간 정비사업과 비교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계획 일정도 빼곡하다. 정부는 도심 개발 사업 등을 통해 매년 약 6만 가구 공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또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통합 인허가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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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정비 방식이란 정비사업으로 철거된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의 이주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임시 수용 시설을 지어주거나 임대 아파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순환정비 방식을 위해 순차적으로 공급지 개발을 하고, 앞서 준공한 사업지를 보금자리로 활용하겠단 전략이다.
예를 들어 A 사업지 개발을 완성한 뒤 순차적으로 B 사업지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후 B사업지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이미 준공이 완료된 A사업지에서 수용하는 방식이다. 철거와 준공을 차례차례 하겠다는 것. 결과적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느릴수 밖에 없으며, 정부가 말한 빠른 공급과 상반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순환 정비 방식은 기본적으로 사업 기간을 2배 이상 늦추는 정비 사업 방식”이라며 “보통 두 개 사업지를 순환정비 사업으로 진행한다면 최소 10년은 걸릴 수 있으며, 이는 ‘빠른 공급’을 내건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도 “대규모 공급 방안으로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조치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며 “순환정비사업으로 절대 빠른 공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 건립은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1년정도 공사 기간이 더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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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용적률 대비 주차장 규제 완화도 오히려 공급 대책에 호응을 떨어뜨릴 수 있단 분석이다.
정부가 내놓은 2·4 대책을 보면 주차장 규제 완화가 대표적인 인센티브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면 현행 주차장 설치 의무 기준은 가구당 1대다. 전용 30㎡ 이하의 경우에는 0.5대, 전용 60㎡ 이하는 0.8대로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주차장 설치 기준을 이보다 더 완화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1대 미만이 될 수도 있으며, 작은 평수의 경우 0.8대 보다도 작은 주차장이 만들어 질수 있단 소리다. 용적률은 최대 120%까지 늘리면서, 주차장을 축소하겠단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주차난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인프라 조성에 제한이 있다고 지적한다.
5대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주차 대수는 아파트 고급화의 핵심 키”라며 “고급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확보를 확 늘려 최대 가구 당 2대가 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용적률을 크게 높여 가구수를 확 늘리면서 역설적으로 주차대수를 줄이면 삶의 질이 낮아 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430만대로 2명 당 1대 꼴로 차를 보유 중이다. 4인 가구 기준 2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자동차가 없는 무주택자만 입주할 수 있도록 일부 단지에 분양 자격 조건을 걸 수 있다”며 “카쉐어링 등을 다양한 방식의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가 없는 조건으로 분양한 무주택자에게는 분양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식의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