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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꼬이는 軍 인사, 시작도 못한 '국방개혁'

김관용 기자I 2017.08.27 11:06:5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개혁은 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방개혁을 주문하며 이같이 강조합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개혁은 그만큼 시급한 사안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람을 잘써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의미입니다. 국방개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방개혁을 할 군(軍)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국방개혁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장으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발탁됐습니다. 그가 장관으로 취임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국방개혁 과제를 뒷받침할 사람이 없습니다. 지체되고 있는 인사 때문입니다.

당초 합동참모의장을 포함한 대장급 군 수뇌부 인사는 지난 달 이뤄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사 검증이 늦어지고 박찬주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군 인사가 지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의 각종 의혹 제기로 청와대와 군 당국은 또 인사를 보류했습니다.

지난 7월 14일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 당시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방부기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디어 지난 8일 합참의장과 육군 및 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야전군사령관 등에 대한 진급 및 보직인사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인사는 말 그대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군 내 비주류인 공군 출신이 한국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내정됐습니다. 또 육군참모총장에는 대장이 아닌 중장을 진급시켜 임명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39기 출신을 참모총장에 발탁함에 따라 선배 기수인 육사37기·38기 뿐 아니라 동기인 39기까지 군복을 벗게 됐습니다. 대상자는 14명이나 됩니다. 5명의 육군 대장 보직 중 2자리에 ‘비(非) 육사’ 출신 장군을 앉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이 시동을 거는듯했습니다.

그러나 군 수뇌부에 대한 파격 인사로 야전 지휘관 자리가 대거 공석이 됐는데도 후속 인사 지연으로 지휘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급에서 배제된 장군들은 휴가를 떠나는 등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국방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입니다.

더 큰 문제는 후속 장군 인사도 지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당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끝나는 이달 말일이나 9월 1일 쯤 중장급 이하 후속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런 방미 일정으로 또 지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이전에 양국 국방장관 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입니다. 교체 예정인 지휘관 입장에선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속 인사 지연으로 지휘 공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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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군기무사령관 인사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군 수뇌부 인사에서 기무사령관 인사는 제외됐습니다. 물론 기무사령관은 중장급 인사가 임명되는 보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대장급인 군 수뇌부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 간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군사정보의 수집 및 관리 등의 업무 특성상 군 인사에서 수뇌부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특히 기무사령관 자리를 비육군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터라 군 내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현실화 될 경우 기무사 69년 역사상 최초의 비육군 출신 수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해병대 출신 장군이 기용될 수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실제로 황우현 해병대 소장(해사37기)의 기무사령관 임명이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황 소장은 올해 초 인사에서 후배인 전진구 중장(해사39기)의 해병대사령관 임명에 따라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장을 끝으로 전역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무사령관 인사 검증 대상이 되면서 해군 정책연구위원으로 보직발령이 났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5일 갑자기 기무사령관 보직 인사를 하면서 현 합참 작전기획부장인 이석구 육군 소장(육사41기)을 기무사령관 직무대리로 임명했습니다. 후속 인사에서 중장 진급시켜 기무사령관에 앉히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여러 뒷 얘기가 나옵니다. 황 소장에 대한 ‘희망고문’ 얘기부터 ‘육군 로비설’까지 다양합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해병대 출신 기무사령관을 원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송 장관이 인사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있습니다. 중장급 이하 장군 인사를 같이 하지 않고 기무사령관만 원포인트로 한 이유도 알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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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국방 담당 비서관 자리도 논란입니다.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으로 정석환 공군 예비역 소장(공사31기)이 일찌감치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직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임종득 육군 소장(육사42기)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방부 국·실장급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인사도 문제입니다.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실장급 공무원들은 장관 교체 이후 이미 사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국방장관과 차관만 바뀌었을 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실무자들이 이전 정부 사람들이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예비역 장군들이 주로 담당했던 국방부 고위공무원 자리를 민간 공무원 출신들로 채울 것이라는 얘기들이 파다합니다. 이에 군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군 관계에 대한 역할 정립없이 국방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군 출신들을 무조건 배척하는게 맞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군 출신 인사들과 민간 공무원들 간 갈등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 과정에서 또 송영무 국방장관은 뒤로 물러서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 취임도 40일이 다되어갑니다. 그러나 국방개혁을 위한 ‘진용’도 갖추지 못한 꼴입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추진을 위한 기구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국방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은 물건너간 모양새입니다. 인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좋지만 타이밍 역시 중요합니다. ‘뒷말’까지 무성한 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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