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대선 모의고사.’ 13일 윤곽이 드러난 총선 결과로 1년 8개월 후에 있을 대선도 가늠할 수 있다. 당까지 새로 만들며 새정치 돌풍을 몰고온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다. 안 대표는 탈당과 창당, 야권의 흔들기 가운데서도 당을 지켜내며 알토란 같은 의석을 얻었다. 이제 어엿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다.
반면 낙승이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권 행보에 암운이 드리웠다. 지지자들을 투표장에서 멀리하게 만든 당내 공천 파동의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상 외 선전을 펼쳤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실패한 선거가 됐다. 호남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호남을 내주면서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가게 됐다.
◇과반 어려운 김무성
한 때 “180석”까지 넘보던 김 대표는 과반 의석조차도 어려워지면서 차기 유력 대권 후보 자리에서 ‘위기의 남자’로 급전직했다. 이날 받아든 150석을 하회하는 결과로 새누리당은 18대와 19대 국회에서 이뤘던 과반 정당의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정부 여당 집권 8년 만에 야권에 국회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야권 분열의 상황에서도 과반의 지위를 손에 넣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최근 지지 유세에서 과반을 넘지 못하면 “당의 중대 위기”라고 말한 바 있다. 당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 대표 스스로에게도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특히 공천 파동의 책임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순간까지 김 대표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높다. ‘상향식 공천’을 표방했지만 결국 친박 주도로 이뤄진 컷오프를 관리하지 못했고, 이 같은 내분이 지지자의 결집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탈당 이후 무소속 당선자가 복당할 가능이 높아지면서 당내 계파 싸움에서 김 대표가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 생명 건 호남서 실패한 문재인
호남에서의 완패. 이번 총선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 2012년 역대 2번째 대선 득표를 자랑했던 문 전 대표는 19대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계 은퇴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와, 호남의 지지 두 가지에 정치 인생과 대선 불출마를 단서로 걸었다.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던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에는 성공했지만 ‘호남의 지지’가 걸린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 여부를 대선 불출마의 단서로 걸었지만 호남의 선택은 더민주 대신 국민의당에 치우쳤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놓고 야권에서는 효과 유무로 설왕설래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더민주는 호남에서 5~6석 우세 6~7석 경합으로 분석했지만 실제 얻은 의석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더민주 내부에서는 광주에서 3석, 호남에서 13~14석 가량을 문 전 대표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선으로 봤지만 크게 미달, 문 전 대표의 대권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성공 안철수, 대선까지 ‘쭉’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단숨에 원내 교섭 단체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확실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야권의 주요 세력인 호남 민심을 완벽하게 아우르면서 안 대표는 야권의 두 축 중 호남을 등에 업을 수 있게 됐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적인 활약도 안 대표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비례에서도 더민주에 밀리지 않는 지지율을 받으면서 국민의당은 총선 전략으로 내세웠던 여야 심판론의 재미를 톡톡히 봤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지언정 당이 가진 지향점으로는 국민의당을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국구 정치인인 안 대표가 대선에서도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근거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전국 정당의 이미지도 아울러 얻게 됐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수권정당이라는 공감대를 얻는 데까지 성공한 셈이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국민의당에 야권 연대를 제안하던 더민주는 종국에는 새누리당과 1:1구도를 만드려 애를 썼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안 대표는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당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원내 교섭단체 확보로 사실상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