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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경쟁에 불을 지핀 건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다. 스파오는 올봄 1만2900원짜리 청바지 ‘1.2.9 저스트진’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최근 후속 상품으로 9900원짜리 청반바지 ‘99 저스트 쇼츠’를 내놓으며 초저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1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가 하면 지오다노는 SPA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긴소매 수영복 래시가드를 선보이며 2만4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매겼다. 해양스포츠 전문 의류 브랜드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SPA 브랜드는 아니지만 패션그룹형지의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는 냉감 효과에 자외선차단 기능까지 갖춘 피케티셔츠를 1만4900원에 출시했다.
최근 패션업계에 줄을 잇는 초저가 상품은 요즘 유행하는 품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부터 면바지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계절에 관계없이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해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불황에 실용성이 강조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놀이용 의류로는 래시가드가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 브랜드에 이어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가세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입었을 때 시원한 느낌이 들며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기능성 의류는 여름철 단골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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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반응은 고무적이다. 스파오의 1만2900원짜리 청바지는 출시 한 달 만에 10만 장이 팔려나간데 이어 준비된 물량이 예상보다 일찍 소진돼 재발주를 넣었을 정도다.
지오다노 관계자는 “올해부터 100% 면티셔츠를 9800원에, 청바지를 2만9800원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가격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는데 일부 품목은 판매가 전년 대비 10배 가량 껑충 뛰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제품의 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은 낮추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생산단계에서부터 가격 거품을 줄이는 소싱 능력에 답에 있다고 말한다.
황우일 이랜드 홍보팀장은 “디자인 장식을 최소화하고 작업 공정을 단순화해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었다”면서 “향후 SPA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을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 베트남 등 최적의 생산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최근 출시한 초저가 상품들은 그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지오다노 관계자도 “상품기획 초기부터 선 기획, 통합발주 형태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면서 “소싱 전문가를 영입한다든가 생산처를 개발하는 방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부터 최근 메르스 사태까지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거품을 확실히 뺀 초저가 상품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당분간 패션업계의 가격 낮추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업계에선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동시에 품목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값싼 청바지를 사러왔다가 여기에 맞춰 입기 좋은 제품을 연관 구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초저가 상품이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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