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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 아뜰리에]2012년 영화 스팅을 다시 본다

김병수 기자I 2012.02.23 09:41:1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3일자 31면에 게재됐습니다.

 
[김병수 이데일리 경제부장] 노름의 명수 후커는 두목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건돌프와 손잡고 거물 로네간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포커와 경마광인 로네간에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해 건돌프의 술집으로 데려가 판을 벌인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 영화 스팅(The Sting)의 얘기다. 로버트 레드포드(후커 역)의 풋풋함과 폴 뉴먼(건돌프 역)의 중후한 멋이 잘 어우러진 영화 스팅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The entertainer)으로도 더 유명하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OST를 들으면 대부분 아는 곡임을 금방 알아챈다.

피아노 연주곡인 OST를 작곡하고 연주한 스콧 조플린이라는 사람은 래그타임(ragtime) 장르의 전설적인 인물이란다. 1890년대 중반에서 1910년대에 걸쳐 피아노곡·재즈밴드 연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싱커페이션(syncopation:당김음)을 구사한 이 리듬의 연주 스타일은 미국 미주리주의 흑인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흑인 특유의 리듬에 심취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사기(詐欺)를 쉽게 알아채는 관객은 거의 없다. 관객 대부분을 아주 멋드러지게 속인다. 이 고전 영화가 갑자기 머리 속을 스친 것은 역시 ‘사기극’이라는 아이템 때문이다. 사기를 치려면 확실히, 머리가 좋고 대담하고 연기력이 훌륭해야 한다는 공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

속는 줄 알면서도 속는다는 게 사기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는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역시 정치가 아닌가 싶다. 항상 속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매번 속고, 투표한지 1년쯤 지나면 속았다고 분개하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사실 이런 정치와 선거의 함수 관계는 다른 선진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도 않다.

어차피 당면한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고, 이기기 위해선 물불 가릴 수 없는 게 정치의 속성이기도 하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도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우리는 매번 후보자들은 투명해져야 하고 유권자도 합리적이고 냉철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즘 여야의 복지 정책에 대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쓸 돈은 마땅치 않은데 돈 쓰자는 공약만 쏟아지니 이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권자 입장은 뻔하다. 나한테 떨어지는 고물이 있으면 찬성이요, 실익이 없으면 ‘글쎄, 나라 살림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이다. 그러니 사기를 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책연구기관 수장인 현오석 KDI 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약(空約)은 공약(公約)이 될 수 없는 시대”라고 못박았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의 발달이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극성(?)이다. 한 건 걸리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스토커 기질로 각종 공수표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밝혀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멋있게 해야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박수를 받는다. 고전 영화 스팅이 2012년 우리나라의 양대 선거를 앞두고 던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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