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가격파괴 6개월..무엇을 얻었나

안준형 기자I 2010.07.07 09:16:57

대형마트 성장둔화 우려속 매출·방문자수 늘어
"기존 세일과 다를게 없다"지적도..지속적인 가격경쟁·제조사 협력 과제

[이데일리 이성재 안준형 기자] 1999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딸기전쟁`이 벌어졌다. 마그넷(현 롯데마트)과 이마트가 딸기를 5원이라도 싸게 팔기 위해 경쟁이 붙은 것.

발단은 분당에 새 매장을 연 마그넷이 딸기 100g을 시중가보다 3분의 1수준에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에 이마트가 5원이 싼 235원에 판매했고, 다음날 마그넷이 이마트보다 5원을 더 내렸다.

2주새 두 업체는 가격을 175원까지 내리는 등 출혈경쟁을 벌이다 딸기 반입량이 급감하자 나란히 400원으로 가격을 올리며 `딸기전쟁`은 끝을 맺었다.


10여년이 지난 2010년 1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할인점 사업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저성장시대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은 예고편이었다. 일주일 뒤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상시 저가`를 내세운 신가격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이마트는 "이번엔 딸기전쟁처럼 일회성 싸움이 아니다"고 공언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요동쳤다. 자칫 현재의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 등 경쟁사는 몇시간 차를 두고 가격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대형마트들은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싸게"를 외치며 `10원 전쟁`을 벌였다.

한학기 성적표 `이마트 일단 웃다`

신가격정책 6개월, 이마트는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이마트가 라면 등의 제품에 대해 신가격 정책을 단행했다.

지난 6월까지 이마트의 누계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전점 기준 10.1%가 늘었고, 기존점 기준 4.8% 신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방문 고객수도 9.1% 증가했다. 경쟁사로부터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마트는 30개 주요 생필품 가격을 4주간 조사한 결과 경쟁업체보다 평균 2만2000원 저렴한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효과를 본 셈이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이 하강국면에 들어갔다는 우려속에서 회복세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신가격정책 초기 납품업체(제조업체)와의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된 상태다.

제조업체들은 초반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마트가 가격 인하 경쟁을 위해 납품단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과 가격인하 경쟁이 편의점 등 다른 유통업계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업종 대표 제품들은 유통업체 할인경쟁으로 `가격이 싼 제품`으로 인식될 것도 걱정했다.

실제로 이마트와 제조업체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급차질로 인해 가격할인이 차질을 빚었다. 초기 이마트는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삼겹살 가격을 다시 이전 가격으로 올렸고, 해태 고향만두와 CJ라이온 비트는 판매를 중단했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서울우유 등도 이같은 문제를 노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지 않고 있다.

한 제조업체 사장은 "초기에는 단가를 낮춰달라 요구할까 걱정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제품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마트 바이어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물량도 조정하고 어려운 부분들도 협의하고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는 신가격정책에 포함된 효과를 보기도 했다. 삼양라면은 해당기간동안 매출이 20% 가량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품목확대와 경쟁사와 출혈경쟁은 숙제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가격 할인 대열에 곧 바로 합류했다.
반짝세일로 그칠 경우 그동안의 효과는 금새 사라질 수 있는게 유통업계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미 대형마트는 업계 내부를 넘어서 온라인쇼핑과 편의점 등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업종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마트 경쟁사 관계자는 "상시할인하겠다던 처음 계획과 달리 현재 신 가격정책은 세일 품목의 추가가 아니라 교체 수준"이라며 "기존의 전단 광고 세일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우선적으로 올해말까지 주요 생필품을 중심으로 상시할인 품목을 100여개 품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연내에 모든 제품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당초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모든 제품을 할인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상품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며, 나아가 제조업체의 총판위주 유통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사들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마트가 판매이익율을 축소한 것과 같이 적극적 협의를 통해 상생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사업자들의 반발과 맞대응도 무시 못할 변수다.

이마트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내세워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출혈경쟁은 서로에게 상처가 남는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가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하는 상황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 경쟁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신규점 오픈 등 외형적인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성장이란 경쟁사 영역을 침범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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