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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예측조사 실패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에 대한 출구조사 제한 규정, 둘째는 전화조사의 경우 조사기관들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전화면접’ 조사만을 고집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출구조사 제한 규정’이라 함은 본 투표 당일에만 출구조사가 허용되고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에게는 출구조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비상식적인 법규정’을 말한다. 이마저도 전화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혹은 ‘누가 적합한지’만 물을 수 있을 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물을 수 없다. 조사기관으로서는 손발이 묶인 채 달리기를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 다음으로 방송 3사 여론조사를 맡고 있는 조사기관들의 그릇된 ‘고정관념’이 문제다. 전화로 사전투표자들의 표심을 묻는 과정에서 익명성이 전제되지 않는 ‘전화면접’, 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처음 전화통화를 하게 된 일면식 없는 면접원에게 자신의 표심을 얘기하게 하는 과정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폰포비아’ 시대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폰포비아’란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즉각적 응답이 부담으로 느껴져 통화시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고 그로인해 아예 전화를 피하는 행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문자 메시지 중심의 소통에 익숙해지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며 확산했다.
그렇다면 ‘익명성’ 즉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방송3사 여론조사 회사들은 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왜 ‘전화면접’ 조사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대안적 방법으로는 문자 메시지 방식의 모바일웹 조사나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가 있는데 이 두 방식의 조사가 응답률이 낮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그간 방송3사 외주 조사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대형 리서치 회사들은 이를 가치 절하·폄훼해왔다.
방송3사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한국조사협회(KORA·구 한국마케팅조사협회) 회원사들은 그간 ‘ARS를 이용한 조사가 과학적인 조사방법이 아니어서 ARS 조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고 아예 KORA 회원사들의 행동규범 제1조로 못박아 놨기 때문에 예측조사가 틀려도 ARS 조사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의 투표’, 즉 ‘비밀 투표’가 보장되는 방식의 출구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20~30%가량이 응답을 거부했고 이 무응답자들 상당수가 이른바 ‘샤이 보수’였을 것이라는 추론에다가 사전투표 전화면접 조사는 비밀투표 방식이 아니라 면접원에게 수화기에 대고 누구를 지지한다고 직접 공개적으로 말을 해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샤이 보수’의 경향성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 회원사들은 ARS 조사도 유용한 조사방법으로 배제하지 않고 채택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제 선거결과에 가까운 조사결과를 많이 도출해 냈다.
미국여론조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캐슬린 프랑코비치(Kathleen A. Frankovic)는 “ARS는 사람에게 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감하거나 난처한 질문에 대해 솔직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상을 받은 스콧 키터(Scott Keeter) 퓨리서치센터 고문도 “ARS 여론조사는 선거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출구조사도 처음에는 면접원에게 직접 말로 투표한 후보를 밝히는 방식일 때는 거짓 응답이 많아서 언젠가부터 ‘모의 투표’ 방식으로 ‘비밀 투표’를 한 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사전투표자들에게는 유독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고 계속 전화면접 조사만을 고집하고 있으니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의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데이터를 속칭 ‘마사지’ 하거나 유선전화 방식을 대거 포함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예측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정관념에 묶여 있으면 진보하지 못하고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그 고정관념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데이터 과학 분야의 오래된 명언을 기억해야 한다. AI 시대 유권자들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