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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랠리는 관세 불확실성, 중동 전쟁,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줬다. 월가에서는 최근 주가 상승이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AI 중심의 새로운 투자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투자 열풍 재점화…마벨 33% 폭등
반도체주의 폭주는 계속 되고 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32.5% 폭등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마벨을 두고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영향이다.
황 CEO는 “컴퓨팅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데이터센터 전체에 분산시키려면 연결성이 필수적”이라며 “마벨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서버 간 초고속 연결망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가까이 급등했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도 AI 수혜주로 부상했다. 회사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AI 관련 수요 확대를 이유로 연간 매출 전망까지 상향 조정했다. 주가는 19.5% 뛰었다.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3.8% 하락했다. 알파벳은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800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대규모 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부각됐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를 AI 투자 경쟁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루이스 나벨리에 나벨리에앤드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가 계속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이란 문제가 해결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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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과 여전히 협상을 지속하는 것도 투심에 도움이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협상 결렬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지만, 이날은 전쟁 종식 기대가 다시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전날 이란 국영매체들은 미국과의 간접 협상 중단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방침을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지구 공격을 완전히 중단하고 레바논 점령지에서 철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대화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BC 인터뷰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은 오늘도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루스소셜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고 밝혔고, 별도 게시글에서는 “이란과의 대화는 빠른 속도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 역시 미국 측에 전달할 ‘최종안(final text)’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가 94달러·고용 호조…악재보다 호재에 집중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6.00달러로 전장보다 1.1%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3.76달러로 전장보다 1.7% 상승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악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미국 경제의 견조함에 더 주목했다. 이날 발표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760만건으로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해고는 감소했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미국 기업들의 고용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다.
브렛 켄웰 이토로 투자분석가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면 연준은 금리를 동결한 채 상황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계속 개선된다면 증시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가 내부에서는 낙관론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현재 시장 분위기를 “공포보다 탐욕이 큰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둔화나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수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며 “시장에는 충분한 자금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I 투자 열풍은 채권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해 들어 1조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역사적으로 낮은 신용 스프레드와 AI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투자심리 악화 속에 약세를 보이며 위험자산 내부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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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장이 생각보다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시장분석업체 BTIG의 수석 시장기술분석가 조너선 크린스키는 최근 보고서에서 S&P500의 기록적 상승세 이면에 이른바 ‘브레드스 패러독스(Breadth Paradox·시장 확산 역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S&P500은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10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6거래일 동안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내부에서는 오히려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크린스키에 따르면 1996년 이후 S&P500이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동시에 매일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웃돈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이를 “시장 확산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S&P500 시가총액에서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은 약 40%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지수의 약 40%에 달한다.
최근 5거래일 동안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상승한 업종은 기술주와 에너지 업종뿐이었다. 반면 부동산, 유틸리티,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업종은 3% 이상 하락했다.
결국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소수 초대형 AI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크린스키는 “현재는 소수 대형주가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이들 종목의 상승 모멘텀이 꺾이면 같은 집중 현상이 오히려 지수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6월이 이러한 되돌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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