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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중국은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2024년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3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중국이 소유한 선박의 탄소배출량도 세계 최대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요구가 커지면서 단순한 양적 성장과 확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양 패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2020년 중국이 유엔(UN) 총회에서 발표한 ‘2030 탄소피크, 2060 탄소중립’ 선언도 결국은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 중 하나였을 것이다.
중국 조선산업의 탄소 제로 전략이 본격화한 것은 국제해사기구(IMO)의 ‘2023 IMO 온실가스(GHG) 전략’에서 제시한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Net-Zero) 달성 목표 발표가 촉발제가 됐다. 구체적인 청사진은 2023년 12월 발표한 ‘중국 조선산업 녹색발전행동개요’에 담겨 있다. 2025년과 2030년까지 두 단계에 걸쳐 조선산업 전반의 저탄소·친환경 체계를 확립한다는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메탄올·암모니아 선박 같은 차세대 연료 기술 개발뿐 아니라 자동화·디지털화 기반의 효율 극대화를 주요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녹색 해양 실크로드’를 향한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2024년 산둥성 웨이팡항이 중국 최초로 정부 인증 ‘탄소 제로 항구(Zero Carbon Port)’로 선정된 것은 이러한 전략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웨이팡항은 단순한 항만이 아니라 향후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탄소중립 항만’의 모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대응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재발의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의 조선·해운 산업 재건과 친환경 기술 경쟁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무역법 301조’(Trade Act Section 301)를 앞세워 올해 10월부터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해 고율의 항만 입항료를 부과하는 등 경제·정책 양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친환경 표준과 해양 기술력 주도권을 둘러싼 새로운 패권 경쟁의 서막일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충실히 IMO와 유럽연합(EU)이 제시하는 탈탄소 해운 정책에 부합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늘 그래왔듯 막강한 연구개발(R&D) 파워를 앞세운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이 그린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문제는 중국을 위협할 유일한 경쟁자인 ‘우리의 조선·해운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다. 바닷길은 예나 지금이나 흐른다. 진정한 싸움의 승자가 되기 위해 물길의 조류를 연구했던 그 옛날 충무공 이순신의 열정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