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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감독관 맡겼더니 대변인 전락한 선체조사위

김성훈 기자I 2017.04.06 07:00:00
미수습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씨가 지난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취재지원실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더이상 믿을 수 없다”며 돌아서고 있다. 뒷편에 김창준 위원장이 서있다. (사진=뉴시스)
[목포=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참사 발생 1080일 만에 항구로 돌아온 세월호가 육지를 눈앞에 두고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선체 육상 거치를 두고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연이은 헛발질 때문이다.

지난 2일 선조위는 선체를 훼손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해수부의 천공 작업을 허락했다. 김영모 선조위 부위원장은 “세월호의 무게는 약 1만 3462톤(t)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특수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1만 3000t인 상황에서 약 460t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선조위는 최적의 방안은 선체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선체 안 해수와 진흙을 배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달 5일까지 선체 무게를 줄이지 못하면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채)다음 소조기까지 15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조위의 이같은 발언은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세월호 화물칸(D데크) 좌현 쪽에 천공 19개소를 뚫었지만 굳은 펄이 많아 예상한 배출량을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며 “대신 세월호 선체를 실어 나르는 모듈 트랜스포터를 24대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4일에는 “세월호 무게가 당초 예상치인 1만 3462t에서 1만 4592t으로 하루만에 1130t가까이 불어났다”며 “예상보다 세월호 무게가 늘면서 오는 7일 예상했던 육상 거치도 미뤄질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선조위법)에 따르면 선조위의 주된 임무는 세월호 선체조사와 미수습자 수색,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한 지도·점검이다. 해수부가 잘못하는 지 감독하라고 일을 맡겼더니 대변인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선조위 상황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긴 하다.

김 위원장은 “선조위가 출범하기 전 인양과정까지 검토하라는 요구는 가혹하다”며 “설립 추진단을 만들기 전에 시행령을 만들고 예산부터 확보해야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선조위가 정식 출범하기 위해서는 선조위법 15조(위원회의 정원)와 21조(공무원의 파견)에 따라 시행령을 갖춰야 한다. 선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5일 오전에서야 시행령 초안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선조위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인 시행령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유명무실한 선조위는 가뜩이나 상처받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 뿐 아니라 국민들마저 실망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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