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나 "창작자 목마름이 '여자들의 방' 만들었죠"

이윤정 기자I 2015.12.24 08:29:36

''드라마 전시'' 표방한 ''노크하지 않는 집''
지난해 공연서 150% 유료 점유율
전시·공연 두 가지 구성…''고스트석''도 만들어
"온전히 내가 만든 창작물로 소통하고파"
12월 2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이항나 연출(사진=떼아뜨르노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처음 ‘드라마 전시’를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형식에 대해 낯설어 하는 관객이 많았다. 이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온 만큼 극장 안으로 들어온 ‘그녀들의 방’에서 마음껏 작품을 즐겼으면 한다.”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는 이항나(45)는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융·복합 공연이 흔해졌지만, 이 연출이 처음 ‘드라마 전시’를 시작하던 2000년 중반만 해도 다채로운 관극 체험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 연출은 2006년 아르코미술관에서, 2007년에는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드라마 전시’를 선보였다. ‘드라마 전시’는 안무와 사진, 설치미술, 드라마, 영상, 음악 등의 각기 다른 예술 장르를 한 공간 안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형식이다. 이 연출은 “공연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객석과 극장의 형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며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공연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보고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리얼리즘 연기의 산실인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 실기 석사(MFA) 1호 출신인 이 연출은 1996년 연극 ‘날 보러와요’로 데뷔한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에서는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의 아내로 열연했고, 최근에는 연극 ‘아시안 스위트’로 ‘명배우 명무대’ 라는 책에 실리면서 여배우로서의 명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경기대 연기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연출은 “상업적인 뮤지컬도 연출해봤지만 창작자로서의 목마름이 있었다”며 “좋은 배우와 기획자들을 내가 만든 판에 초대하는 일이 흥미롭고 재밌다. 온전히 내가 만든 창작물을 가지고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의 마지막은 세 번째 앙코르 공연을 올리는 연극 ‘노크하지 않는 집’(12월 2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함께한다. ‘드라마 전시’를 표방한 작품으로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유료 점유율 150%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애란의 등단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포함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모티브로 삼았다. 미래가 불안한 편의점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마트녀 등 다섯 명의 여성들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직접 무대 곳곳을 볼 수 있는 ‘전시’와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는 ‘공연’의 두 가지로 구성했다. “초연과는 다르게 10여명의 관객이 직접 무대 위에 올라와 관람을 하게 되는 ‘고스트석’을 만들었다. 관객과 배우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하기 위해서다. 88만원 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위로도 해주고 싶었다.”

연극 ‘노크하지 않는 집’의 한 장면(사진=떼아뜨르노리).
연극 ‘노크하지 않는 집’의 한 장면(사진=떼아뜨르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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